황금색 장미가 상징인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랑콤(Lancome). 지난해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기업 랑콤에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30대 여성인 오딜 루졸(Odile Roujol·38·사진)이 입사 11년 만에 랑콤 인터내셔널 CEO에 오른 것이다. 루졸 사장은 부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다시 CEO로 올라,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웠다.

루졸 사장은 프랑스의 유명한 MBA(경영대학원)인 HEC를 졸업한 뒤 부르조아와 이브생로랑 등 화장품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96년 랑콤에 합류한 뒤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두루 거치면서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중년 여성을 겨냥한 노화방지 제품 ‘압솔뤼’와 아시아 여성을 위한 미백 제품인 ‘블랑 엑스퍼트’를 출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스카라 제품 개발을 진두 지휘했고, 특히 유럽이나 미국 여성만큼 마스카라를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도 마스카라 시장을 크게 확대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전 세계 165개국의 랑콤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는 루졸 사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루졸 사장은 자신이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던 비결

‘CEO가 되기 위한 필요 충분 요소를 충족시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철저함, 역동성,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능력을 다 갖췄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어느 정도 갖췄기에 CEO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도 매일 매일 새로운 눈으로 브랜드를 보려고 노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려 한다”면서 “소비자의 눈으로 생각하기 위해 화장품 매장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밝혔다.

루졸 사장은 “최근에는 인도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랑콤이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랑콤을 젊은 이미지로 만드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이기도 한 루졸 사장은 “솔직히 랑콤 CEO로 임명됐을 때 가사와 회사 일을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두 가지 일을 잘하기 위해선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랑콤은 1935년 프랑스의 조향사(향기제조자)이자 미용전문가인 아르망 프티장이 세운 회사로,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세계 고급 화장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고급 화장품 업계 1위인 랑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티 에이징(피부노화방지) 분야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체 스킨케어(피부관리) 시장에서 20%에 달하는 남성 화장품 시장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졸 사장은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 여성의 미용 습관은 세계 최고일 것”이라면서 “한국 여성은 얼굴에 보통 7가지 제품을 바를 정도로 미용 습관이 가장 세련된 소비자”라고 말했다.

그는 “‘꿈만 좇는 사람은 현실을 잃게 된다’는 격언이 있다”면서 “CEO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CEO가 되기 위해 아무리 작은 목표라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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