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땐 엄마도 마녀… 아이들에게 통쾌함 주고 싶었다”
[조선일보   2007-04-21 07:27:34]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박연철

작가 박연철(37)은 한국 그림책 분야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어처구니 이야기’(비룡소)로 ‘2005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번엔 두 번째 그림책 ‘망태할아버지가 온다’로 2007년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80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경력이 독특하다. 치기공과를 전공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어 영국 킹스턴 대학이 운영하는 사이버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API) 과정을 2년간 공부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는 이 대학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것이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아이들에게 유령 캐스퍼 같은 친근한 존재로 우리의 망태 할아버지를 소개하고 싶었다”는 그를 도서전(4월24~27일) 참가를 위해 볼로냐로 떠나기 사흘 전에 만나 인터뷰했다.

―첫 작품 ‘어처구니 이야기’나 이번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모두 옛이야기 구조에 바탕을 두었다.

“나는 옛 이야기가 좋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에 선악이 명쾌해서 좋다. 그 속에 숨은 다층적 의미를 파악해가는 것도 재미있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작’이다.

“졸업 작품으로 이걸 심사하던 영국 교수가 엄마를 잡아가는 대목은 안된다고 결사반대했다. 아이를 집에 혼자 있게 해도 아동학대로 처벌받는 자기네 문화 때문이었을까?(웃음)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린이 책은 반드시 안전한 결말로 가야 하는 걸까?”

―엄마들이 괘씸하다고 책을 안사면 어쩔텐가.

“건강한 엄마라면 자신의 두 가지 모습을 있는 그대로 유쾌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다. 왜 엄마는 늘 천사로, 구세주로 묘사돼야 하는가. 엄마가 너무너무 미울 때 아이들이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이 그림책을 읽고 히죽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림도 아이들이 보기엔 칙칙하고 뾰족뾰족하다.

“내 37년 인생이 좀 뾰족뾰족하다.(웃음) 원색을 좋아하지만 내가 A형이라 소심해서 그런지 잘 쓰지 못한다. 무채색을 쓰면 마음이 안정된다.”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렇지 않다. 황금도깨비상 받기 전까지 8년 동안 학습지 그림도 그리고 전집 일도 했다. 그림이 전공이 아니라는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글=김윤덕 기자]

[사진=정경렬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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