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살림꾼, 이승연네 집 'home sweet home'
블랙과 화이트의 시크한 집에서 살 것같은 멋쟁이 이승연은, 나무 보이는 1층 빌라에 아늑한 공간을
꾸며놓고 있었다.
나무 많고 엘리베이터 없는 저층의 이 빌라가 좋아서 몇 해 전 살던 동네로 다시 이사를 했다는 그녀,
그동안 한번도 드러낸 적 없는 집을 여성중앙 지면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 누구라도 편히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안락한 거실, 창 쪽으로 책상을 두어 창 밖의 나무를 보며 일을 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아이보리 톤의 가죽 소파와 테이블은 dmsofa(디엠소파)
이승연이 새롭게 마련한 보금자리를 소개하려니, 그녀와 나눈 톡톡 튀는 대화들이 생각난다. 물론 대화
내용과 상관없니 너무나 '똑 부러져 보이는' 말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도무지 거침없고 숨김이 없는 대답과 질문들은 처음 마주 앉은 사람을 약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뭔가 질문을 하면 체감 시간1초도 안 돼서 대답이 돌아오는데, 그 답 또한 '재치가 번뜩인다'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미 방송을 통해 그의 똑 부러진 말솜씨는 알고 있었지만 마주 앉은 에디터는 생각하게 된다. '대통령 대변인을 해도 어울리지 않았겠나'.그렇다고 그녀가 결코 '날카로운' 캐릭터는 아니다. 몇 번을 만나면 만날수록 오히려 뭉툭한 솜방망이의 면모가 드러난다. 좋아하는 것들의 취향만 봐도 그녀의 보드라운 성정을 알 수 있다. 꽃과 나무에 대한 특별한 애착, 네 발 달린 모든 동물, 그리고 아늑한 집...
그의 집을 찾기 얼마 전 방송을 통해 그녀에게 '집 귀신'이란 희한한 별명이 있다는 걸 알았다. 매우 사회적인 인간일 법한 이승연에게 이런 별명이 어울리려나, 생각했는데 이 또한 가까이서 그녀를 보면 맞는 말이구나 싶다.
스케줄 없는 날, 하루 온종일 집에 들어박혀 있으면 너무 좋단다.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옷정리도 하고, 차도 끓이면서 또래의 다른 여성들처럼 집안일을 한다는 것, 이사한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처음 그녀의 집에 갔던 날엔 도무지 옷장 정리가 안돼 어수선한 상태였는데 얼마 후 찾아갔을 때는 그 옷들이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 많은 일을 혼자 다 했다기에 놀랐더니 "성미가 못돼서 그렇죠 뭐, 뭐든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아무렇지 않게 툭 한 마디 뱉는다.
직접 발품 팔아 집을 꾸며나가는 감각파
미적 감각을 타고났다는 건 그녀에게 주어진 '복'이지 싶다. 패션스타일이라면 '어바웃 엘'이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높은 매출액으로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이미 인정받고 있으며 패션 잡지의 가십거리 기사 한줄에서도 '혹평'이라고는 받지 않은 만점 감각을 가진 그녀다. 그 감각이 집 안 인테리어에 예외일 리 없다. 감각 좋은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뭐든 기호가 확실하다는 것. 그녀 역시 집 꾸밈에 대한 기호가 확실한 사람이어서 벽지와 가구, 소품 하나까지 전체적인 '어울림의 조화'를 생각하되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은 배제한다. 책상의 디자인이나 패브릭의 소재와 패턴을 생각하고 베개 솜 하나도 깐깐히 고르지만 결코 '고급'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여타 연예인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다.
이 역시 감각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올 수 있는 선택법이 아닌가 한다. 이불 솜 하나라도 마트표 제품을 추천했다고 불쾌해 하는 연예인이 있는 반면, 그녀는 실용적인 마인드이면서도 본인의 감각이 워낙 뛰어나 오히려 같이 일하기 수월했다고,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가 얘기할 정도, 고속터미널 지하 인테리어 숍들 중 몇 군데 단골이 있을 정도로 발품 팔기를 좋아한다니 그녀의 집에 있는 휴지통 하나까지 모두 예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자리에 딱 맞는 소품과 소가구를 좋아하고 직접 '구하러'다니는 걸 즐기는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벽지와 바닥재, 몰딩은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누구나 손쉽게 집분위기 바꾸고 기분 전환하는 게 소품들이니까요 나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값비싼 것들로 집을 치장하는 대신 본인의 감각으로 알뜰하게 코디한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수입 벽지도 마다하고 대신 국산 벽지여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 그래 놓고는 또 뿌듯한 표정으로 한 마디 한다. "가구나 벽지가 국내 브랜드 제품이어서 더 기분 좋다"고, "연예인들이 외제, 명품 쓴는 거 다 좋은데, 이왕이면 내 마음에 드는 퀄리티의 제품 중에 국산 제품이 있다면 그걸 써야겠죠."
▲ 다른 공간엔 특별히 컬러 컨셉트를 두지 않았고 벽지도 깔끔하게 화이트로 통일했지만 거실 소파 쪽 벽에는 오렌지 컬러의 나무 벽지를 택했다. 벽지는 대동벽지, 소파와 테이블은 dmsofa(디엠소파).
1_침실에는 침대 옆에 클래식한 책상을 두었다. 침대는 헤드 패브릭을 선택해 직접 주문 제작한 것, 침구세트는 인하우스 제품.
2_부엌과 거실, 드레스 룸이 있는 공간과 욕실,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을 분리해주는 미닫이 문 정면에 보이는 '소울메이트'액자는 친구가 그려서 선물한 것이라고.
솔직해서 손해 보는 여자
한국 식단을 좋아한다기에 "웰빙식으로 먹는가봐요" 물음면, "아니요, 풀빵, 호떡 같은 불량식품을 많이 먹어요" 한다.
기사 쓰기 위한 컨셉트를 잡으려고 이것저것 좋은 의도로 돌려가며 물어도 모르는건 모르는 것이고,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몇 번을 만나는 동안 이승연은 "그건 아닌데요"라는 말을 특별히 많이 하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의사 표현을 하되 뒤끝이 전혀 없는 타입, 그러니 그녀를 보면 볼수록 "같이 일하기 너무 편했다"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의 말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녀의 "아닌데요"는 특유의 털털하고 다소 남자 같은 기질이 보이는 표현 방식이다. 깐깐한 체하지만 또 막상 내 것이 되고나면 그냥 다 좋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말 그대로 드물게 '쿨'한 연예인, 그래서 어쩌면 만날 손해를 보고사는, 김수현 작가의 표현대로 '헛똑똑이'일런지도 모르겠다.
하루 온종일 집에서 촬영을 하는 동안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이승연의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연예인으로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 애는 내가 잘 알아요. 인간적으로 알면 참 좋은 사람인데... 물건도 한꺼번에 두 개를 못 갖고 있어요. 하나 생기면 다른 건 누구 또 줘버리는 애예요." 자기 자식의 흉허물마저도 다 예뻐 보이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딸이 그동안 겪은 어려운 일들이 떠오르는 듯, 어머니는 한 마디를 하신다. 매스컴을 통해 접한, 왠지 치밀하고 드라이할 것 같은 이미지가 그녀와 함께 하는 동안 다 무너져버렸기에 기자 역시 어머니의 그 말이 와 닿았다.
▲ 침실 쪽으로 난 미닫이 문을 열면 복도 공간에 미니 파우더 룸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보리 톤의 가죽 식탁 세트와 식탁등이 아늑한 분위기, 식탁과 의자 세트는 dmsofa(디엠소파).
'홈 스위트 홈'을 꿈꾸다
드라마 '문희' 촬영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패션 사업가로 너무 바쁘지만 연기나 사업 모두 그녀에게는 더도 덜로 아닌 일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승연이 '집 귀신'인 이유를 알겠다. 누구나 자기의 직업을 갖듯, '연예인'이란 직업인인 그녀에게 집 밖의 세계는 다소 매정하고 살벌하기도 한 삶의 현장인 것이다. 집안에서의 여유와 안락함이 너무 좋고 실제로 '가화만사성'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에, 내 집안에서는 '홈 스위트 홈'을 꿈꾼다는 그녀, 야무진 살림 솜씨와 낙천적인 기질을 보니, 그녀가 앞으로 꾸릴 집은 소망대로 '스위트'하지 않을까 싶다.
1_뭐든 제 손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드레스 룸의 옷 정리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승연이
직접 해야하는 일. 패션 전문가답게 이렇게 둘러쌓인 옷들 중에서도 필요한 옷은 '귀신처럼' 잘도 찾아낸다나. 드레스 룸은 현대아트모아 제품.
2_거실 소파 맞은편에는 레드 컬러의 오리엔탈 장을 두었다. 색을 많이 쓰지는 않지만 붉은 계열의 색이 본인과 맞아 곳곳에 조금씩 포인트를 주었다고 대부엔틱 제품.
3_커피를 즐겨 마시는 그녀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자주 애용한다. 버튼식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크룹스 제품.
4_소형 가전 역시 레드 컬러의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으로 골랐다. 남은 음식으로 인해 집안에 세균과 냄새가 생기는게 싫어 남은 음식 처리기를 사용한다고, 루펜제품.
출처: 우먼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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