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자기개발
김재덕/ 기업가치평가사
경기테크노파크 기술개발지원팀장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는 아마도 서점의 메인 코너에 어떤 책들이 나열되어 있는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점가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 재(財)테크와 관련된 서적과 함께 자기개발(自己開發) 서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자기개발 서적은 개인의 사회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의 제시로부터 각 나이대별로 꼭 해야 할 일,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 성공사례 등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필자도 관심을 가지고 몇 권을 책을 읽어보았는데, 이러한 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기암시를 통한 삶의 목표 달성과 성공의 추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강력하게 믿고 의식적으로 행동한다면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에서는 그것을 ‘에너지’로 표현하기도 하고, 또 다른 책에서는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어떤 책에서는 뇌 구조에 대한 분석과 함께 뇌 운동을 통하여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도 이렇게 자기암시와 자신의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로 인생을 살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12살부터 나의 꿈은 영화 제작자였다”고 말하고 있으며, 피카소는 어릴 때부터 “나는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화가가 될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빌게이츠는 “10대부터 모든 집에 컴퓨터가 한대씩 설치되는 것을 상상했다”고 하며, 워렌버핏은 “어렸을 때부터 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다고 상상했다”고 말하고 있다. 짐 케리는 “나는 좋은 배우다, 정말로 좋은 배우다”를 반복했으며, 이소룡은 “나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양인 배우가 되어 천만달러의 출연료를 받을 것이다”라고 굳게 자신을 믿었다고 한다.
강력한 믿음에 의한 효과는 개인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집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과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의료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위약 효과(Placebo effect)’나 행동과학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호손 효과(Hawthorn effect)’등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교육현장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다음은 그러한 것의 하나의 사례이다.
미국 하바드대학교의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al)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한 반에서 약 20%의 학생을 무작위로 선발했다. 그리고 그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알려 주었다.
8개월이 지난 후 같은 방법으로 지능검사를 해 보았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해 있던 학생들이 그렇지 않는 학생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성적도 이들이 크게 향상되었음은 물론이다. 로젠탈 교수는 명단에 속해 있던 학생들에 대해서 교사들의 기대와 격려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실험은 실제의 교육현장에서 사람간의 기대효과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이러한 자기암시와 기대를 통한 목표달성은 피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이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상적인 모델을 찾지 못했다. 결국 현실에는 없는, 자신의 머릿속에만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여인의 조각상에 만들었다. 그리고는 스스로 그 여인(갈라테아)의 아름다움에 취해 결국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로디테의 제전이 다가오자,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에게 갈라테아와 같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빈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속했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에게 키스를 했고, 그 조각상은 실제 사람으로 환생하여 피그말리온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즉 간절히 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피그말리온 효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성경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라는 말씀도 앞서 설명했던 자기암시나 강력한 믿음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당분간 서점가에서 앞서 예를 들었던 자기암시나 자기개발과 관련된 서적의 인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종류의 서적은 올바른 대인관계를 확립하고, 자신 또는 공동체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잘만 활용한다면, 오늘과 같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경제적 상황의 악화나 호전이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책들은 우리 경제에 대해 밝은 전망과 확신을 가지게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러한 서적들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 줄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인간적인 냄새가 좀 적지 않나 하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상당히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서로 나눌 수 있는 감동이나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는 나 보다는 먼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 이웃의 어려움이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그러한 모습을 책에서 보고 싶다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마음,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차갑게 얼어버린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훈훈하고 감동어린 얘기가 자기암시나 자기개발과 관련된 책에서도 보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원본출처:http://ansansimin.com/webboard/bbs/board.php?bo_table=ccolumn&wr_id=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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