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말레피센트 > 의 사악한 마녀는 극단적인 시도를 추구하는 안젤리나 졸리의 커리어일 뿐 그녀의 사정과 다르다. "난 아이들이 싫어. 꺼져버려!"라며 괴성을 지르는 이 무시무시한 마녀는사실 가족만이, 아이들만이 희망인 이유로 삶을 살아가는 여자니까.

블랙 크루넥 티셔츠와 가죽 소재의 오리지널 로웨이스트 스키니 진, 다이아몬드와 골드 소재가 혼합된 브레이슬렛은 모두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월트 디즈니의 담장을 넘어온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안젤리나 졸리브래드 피트의 딸비비언 마셀린이 고전동화 < 잠자는 숲 속의 공주 > 의 실사판인 < 말레피센트 Maleficent > 에 데뷔했다는 소식이다. "촬영 첫날, 비비언은 도무지 머리를 손질하거나 드레스를 입으려 들지 않았어요.피트와 난 온갖 표정을 지어가며 노래도 부르고…. 아무튼 촬영을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졸리는 애정이 스쳐 지나가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디즈니는 정작 삭제돼야 할 이 비하인드 스토리가 제일 재미있다고 하더군요."안젤리나 졸리가 이 이야기를 들려준 건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구내식당에서다. 이곳은 그녀가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다. 민트 티에 꿀을 넣어 휘젓고 있는 그녀는 위층에서 올해 말 개봉 예정인 < 언브로큰 Unbroken > 을 편집 중이라고 했다. < 언브로큰 > 은 2011년 감독 데뷔작 < 피와 꿀의 땅에서 In the Land of Blood and Honey > 이후 그녀가 연출을 맡은 두 번째 영화로 제2차 세계대전의 생존 영웅인 루이스 잠페리니(Louis Zamperini)의 실화를 다룬 로라 힐렌브랜드(Laura Hillenbrand)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블록버스터급 전쟁영화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조엘,에던 코엔형제가 각색과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 언브로큰 > 은졸리의 연출력이 본격적으로 평가받게 될 작품인 만큼 1920년대 장면과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미국 B-24 폭격기와 일본 제로기 사이의 비행 패턴 연구 등 시대 검증과 디테일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늘 그녀를 만난 이유는 최근 출연작인 < 말레피센트 > (5월 29일 국내 개봉)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월트 디즈니가 2억 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1959년 < 잠자는 숲 속의 공주 > 의 실사판이지만 오로라 공주가 아닌 사악한 마녀 말레피센트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 새롭다. 요사스러운 뿔과 검은 망토,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과 레드 립, 거들먹거리는 말투와 야비한 웃음에 이르기까지 음산하고 무시무시한 말레피센트의 이미지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쏟아 부은 그녀에게 "진짜 마녀처럼 사악해 보인다"고 말하자 그녀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란 칭찬을 받은 것처럼 좋아한다. "아, 정말 고마워요!"라고 말하면서.

2010년 < 투어리스트 > 이후 배우 활동이 뜸했어요 연기도 좋고 연출하는 것도 즐겁지만 연기는 뭐랄까 집으로 돌아온 느낌? 영화 복귀가 의미하는 게 뭔지 알기 때문에 좀 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평범한 것보단 특이한 걸 하고 싶었죠. < 말레피센트 > 가 딱 들어맞네요 마녀 말레피센트는 내가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캐릭터예요. 두려운 존재란 걸 알면서도 좋아했어요. 그녀의 오싹하고도 무시무시한 모습을 두려워하면서도 끌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신이 동화를 택했다는 걸 아직도 믿기 어려워요 린다 울버턴( < 라이온 킹 > 작가)이 쓴 대본은 뚜렷한 어조를 지녔어요. 그녀는 가족영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동시에 죽음과 고통이라는 테마를 다루는 데 두려움이 없었죠. 알다시피 말레피센트가 흥미로운 캐릭터인 이유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목소리와 강인함 그리고 파워 같은 특징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특징들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죠. 아마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렇게 목소릴 쥐어 짜내거나 오싹한 괴성을 지를 일은 없을 거예요(웃음).

아역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당신을 굉장히 무서워했다면서요 초기 오로라 공주의 아역으로 캐스팅된 한 아이는 심지어 내 실루엣만 보고도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어요. 정말 예쁜 아이였는데 평생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를 일이어서 걱정되기도 했죠. 당신의 아이들도 두려워했나요 둘째 팍스가 진짜 무서워했어요. 헤어, 메이크업을 하나씩 벗겨내고 진짜 눈과 치아가 드러나자 그제야 분장이었다는 걸 이해했죠. 그렇지만 제가 분장하고 노려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다행히 내가 쓰고 있던 뿔이 자석으로 돼 있어서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놀길 좋아했어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데 딸 비비언이 오로라의 아역을 맡은 건 의외였어요 아이들이 배우가 되는 걸 원치는 않지만 브래드와 난 이런 결정을 내렸어요. 촬영장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재미를 지켜보는 것은 막지 않되 굳이 미화하지도 말자고요. 좋고 나쁨의 기준을 미리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처음 내정된 오로라의 아역이 말레피센트를 너무 무서워해서 우리는 "난 아이들이 싫어. 꺼져버려!"라고 말해도 거부하지 않는 아이가 필요했죠. 내 딸 비비언은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요. 내가 아무리 퉁명스럽게 굴거나 기분이 나쁜 상태여도 아랑곳하지 않으니까요. 무시무시한 분장을 한 나를 보고도비비언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안아주길 바랐어요. 그렇다고 그 애를 영화에 참여시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요.

촬영이 시작되고 이틀쯤 지난 후,브래드와 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두 번 다시는 못할 일이라고 얘기했죠. 팍스와 자하라도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하지는 않았나요 다른 아이들은 원하지 않았어요. 한번은 둘째 딸샤일로에게 오로라 공주가 되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게 공주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뿔 달린 마녀라면 오히려 괜찮다고 하면서.안젤리나 졸리의 딸답군요. 당신은 늘 대담해 보여요. 혹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 게 있나요 남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제일 두려워요. 슬프거나 좌절하거나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면 내가 얼마나 행운아인지 실감하게 되죠. 종종 앞으로 살아가야 할 절반의 인생에 대한 걱정이 생기기도 해요.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전력을 다해 삶을 이어가지 못하거나 혹은 뭘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망설이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비참해질 수도 있을 거예요. 난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고 애써요. 그 확신은 충실하면서 나답게 사는 것인 동시에 지나치게 안정적이거나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데뷔 초기엔 주로 반항적이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어요

20대 초반, 영화 촬영이 끝나갈 무렵이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날 앉혀놓고 인터뷰를 했어요. 그땐 난 딱히 공유할 게 없었어요. 인터뷰가 의미하는 바도 몰랐죠. 게다가 '젊음=반항'이라는 오해도 했었고요. 사실 그렇게까지 파괴적이거나 반항적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내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난 가끔 뭔가에 강하게 이끌리는 기분이 들어요. < 언브로큰 > 을 연출하기로 했을 때 루이스 잠페리니의 존재도 그랬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과 3분 거리에 살고 있었죠. 캄보디아에 있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UN 활동 차 캄보디아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갑자기 내 아들이 이곳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그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고 그게 올바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모의 유명세를 점점 더 의식할 거 같은데 어떤가요

브래드

와 난 영화배우도 하고 감독이나 제작도 하지만 아이들은 아빠가 가구를 만들고 집도 지을 줄 안다고 알고 있어요. 엄마는 'UN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죠(웃음). 우린 모두가 평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종종 얼빠진 행동도 하고 스포츠도 즐기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어떤 가족 스포츠를 즐기나요

우리 가족은 서바이벌 게임을 좋아해서 언제든 즐길 수 있게 집에 페인트 볼을 세팅해 놓았어요. 그리고 다들 트램펄린도 좋아하고요.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줬나요

우선 긴장하지 말라며 안심시켜요. 가장 자주 대하는 파파라치의 경우 "저 사람들은 그저 사진을 찍는 것뿐이야. 너희들을 해치진 않는단다"라고 얘기하죠.

다같이 이동할 때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여섯 걸음 정도 걷고 나서 한 번 멈춰요. 아이들에겐 걷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니까요. 가족들과 함께할 때면 가끔 이 아이들에게 부모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돼요. 우리 어머니(배우마르셀린 버트란드)는 싱글 맘이었으니 참 힘들었을 거예요. 아이들의 모든 질문에 혼자서 답하고 다양한 일들을 혼자 해결해야 했으니까요.브래드와 난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서 아이들을 돌봐요. 내가 일 때문에 집을 비울 때면 그가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있고, 매일 저녁 서로 소식을 전하죠. 난 아이들이 모두 제자리에 앉아 있는지 확인한 다음, 그날 보고 들었던 일들을 털어놓는 편이에요.

브래드 피트와 8년을 함께했어요. 둘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어머, 나 자신에게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이에요. 그게 뭔지 여기서 찾아내야겠어요(웃음). 음, 우린 가족이에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사이죠. 도전의식을 북돋워주거나 서로를 보완하거나 열정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우리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등 그동안 우린 많은 것을 정리해 왔어요. 그리고 8년이라는 역사를 갖게 됐고요. 만일 당신이 누군가와 역사를 함께한다면 그건 서로에게 굉장히 편안하면서도 깊은 애정이 샘솟는 걸 의미해요. 늘 모든 게 완벽할 순 없지만 서로를 돌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죠. '자신'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고, 가족을 우선순위로 생각해요. 함께한 시간만큼 강한 관계가 됐고, 성숙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소문으로만 떠돌던 약혼을 결국 했어요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 우린 약혼한 사실조차 잊어버렸다는 거예요. 우리가 약혼한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2년이에요, 안젤리나! 아, 고마워요(웃음). 우린 결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결혼한다고 해서 갑자기 완전한 하나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터라 브래드가 프러포즈했을 땐 사실 좀 쇼크를 받았죠.

아이들의 생각과 압력도 작용했다고 들었어요

아이들은 좀 흥분한 상태예요. 결혼식을 언제 할지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도 말이죠. 아마 지난해에 우리가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아이들은 종종 예쁜 웨딩 사진들을 내게 들고 와요. 게다가 우린 엄청나게 많은 웨딩 케이크 시안들을 갖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두 사람의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요?

브래드와 난 "엄마 아빠가 결혼했으면 좋겠니?"라거나 "어떤 종류의 웨딩 케이크가 좋을까?"라고 물어보곤 해요. 사실 이런 상황이 좀 특이하긴 해요. 우리 여덟 명은 모두 결혼한 거나 다름없이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돼 있으니까요. 내 생각엔 아이들은 결혼이 더 영원한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아요. 이제 슬슬 결혼과 그 개념에 대해 궁금해할 나이가 되었으니까요. 아님 단지 엄마 아빠의 결혼식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웃음).

원본출처:http://media.daum.net/life/style/fashion/newsview?newsId=201406101606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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