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굽이 돌아가는 길’,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수록 詩

 

 

 


한계선

 

  

박노해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地境을 넓혀가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한계선’,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원본출처:박노해의 숨고르기 - 굽이 돌아가는 길 (nanum.com)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의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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