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프리카 어린이에 희망을 선물하세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물건이 기적의 도구가 됩니다”
국제구호기관 월드비전 ‘선물 쇼핑몰’오픈
후원자가 고른 물건 국내 소외계층에도 전달

▲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옷 한 벌 8000원. 글을 배울 수 있는 교과서와 학용품 1만2000원.
대학생 정정희(여·25)씨는 최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염소 다섯 마리와 성경책 다섯 권을 아프리카에 사는 아이들에게 보냈다. 학교를 잠시 쉬면서 일하는 직장의 추석 보너스 25만원을 썼다. 염소 한 마리면 한 가족이 하루에 염소 젖 1?를 얻을 수 있고 배설물은 훌륭한 농사 거름이 된다. “…염소 한 마리로 한 가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배고픔을 참아가며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쇼핑몰 이름은 ‘희망의 선물(Gift of Hope)’. 국제구호기관인 월드비전(회장 박종삼)이 운영하는 ‘선물 쇼핑몰’이다. 지난 7일 오픈한 이 쇼핑몰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국내 저소득 가정에 필요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 4000원짜리 슬리퍼부터 1만원짜리 닭, 3만원짜리 양, 6500만원짜리 보건소 건립 선물까지 모두 47가지 선물을 판매한다. 교복, 등록금, 쌀 20㎏ 등 국내 소외계층을 도울 선물도 있다.

작은 돈으로 창조하는 기적, 굉장히 많다. 1만원이면 케냐 아이들이 말라리아를 피할 수 있는 모기장이 생긴다. 화장실이 없는 집에서 살면서 병을 앓는 네팔의 아이들, 5만원이면 화장실을 가진다. 인도 뭄바이의 어린이들은 교육용 악기 세트(50만원)가 아쉽다. 마구간 건축(80만원)은 베트남 호아방 지역 마을 전체에 큰 선물이다. 400만원이면 에티오피아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생긴다.

▲ 한 가족에게 젖 1L를 매일 만들어 줄 염소 한 마리 4만원. 깨끗한 마실 물을 퍼 올려 줄 식수 펌프 750만원.
후원자가 선물을 고르고 입금을 하면 월드비전이 현지에서 구입해 직접 전달하게 된다. 구입에서 전달까지 길면 두 달. ‘기적’이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누구인지 알리지도 않고 말없이 후원을 한다는 점에서 1대1 결연을 통해 후원을 해왔던 기존 해외지원사업과 다른 ‘쿨(cool)’한 후원이다. 지난 7일 오픈한 이래 지금까지 후원자 200명이 2300만 원어치 선물을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보냈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장혜진(여·37)씨도 쇼핑몰을 찾았다. 장씨는 ‘염소 한 마리, 책가방 한 개, 따뜻한 옷 한 벌, 닭 한 마리, 쌀 20㎏’이라는 종합선물세트를 장만해 아프리카로 보냈다. 쇼핑 총액 11만5000원. “제3세계 아동들의 열악한 삶을 직접 보고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가능한 한 다양한 선물을 골라서 작은 사랑을 전하게 됐다”고 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하는 이선미(여·27)씨는 지난 여름 수해로 받은 보상금 100만원으로 쇼핑을 했다. 1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선물은 생각보다 많았다. 양 다섯 마리, 닭 다섯 마리, 염소 열 마리, 새끼 돼지 다섯 마리, 모기장 두 개, 콩, 감귤류 씨앗 다섯 세트, 영양공급세트 다섯 개, 그리고 따뜻한 옷 열 벌….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희망을 선물하기로 했어요. 제가 쓰는 것보다 더 크고 값진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매 끼니를 먹을 수 있고 입을 수 있고 마실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쉴 집이 있다는 사소한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월드비전 홍보팀 이현정씨는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염소, 양, 닭 같은 가축들”이라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물건 하나가 기적의 도구가 된다”고 했다.

☞ 월드비전 ‘희망의 선물’

박종인기자 sen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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