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여친과 의류 쇼핑몰로 ‘대박’…주문 17분만에 직접 배송도

댄스그룹 ‘태사자’의 리더 출신인 김형준(29·사진)씨가 인터넷에서 의류 쇼핑몰로 성공,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 스타’로 사업에 뛰어든 몇몇 연예인들이 홍보성으로 이름만 내건 경우가 많지만 그는 패션 스타일과 물건을 떼어오는 것부터 시작해 상담, 포장, 발송까지 모든 것을 100% 직접 소화해 더욱 눈길을 끈다. 작년 7월에 오픈한 쇼핑몰은 최근 월 4000~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연 6억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자친구와 단둘이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하루 3, 4시간만 투자하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죠.”

5년째 교제하고 있는 여자친구는 3인조 여성그룹 ‘클레오’의 1집 멤버 출신이자 모델로 활동해온 박예은(25) 씨. 모델답게 패션 스타일에 남다른 안목을 높이 평가받던 예은씨는 직접 판매 상품을 입고 찍은 사진과 함께 상품평을 올려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다른 쇼핑몰처럼 동대문이나 홍콩에서 수입한 옷을 생각했지만, 다른 쇼핑몰의 제품들과 겹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색다른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패션 본고장인 이태리 쪽으로 눈을 돌렸다.

“패션의 중심지 이태리 하면 모두 명품만 생각하잖아요. 저는 이태리 젊은 층이 입는 옷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에는 소개된 적 없는 브랜드, 젊은 층이 입는 옷을 분석했어요. 직접 이태리로 가서 시장을 조사해보고 가격도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좋은 옷들을 구할 수 있었죠.”

‘이벤트’를 좋아하는 성격인 그의 평소 생활 습관이 비즈니스에 접목되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몇 시간동안 특정 상품을 반값에 파는 등 깜짝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의 시선을 모으는 한편 온라인 메신저 ID를 개설해 고객과 실시간으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마련했다.

쇼핑몰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김형준 씨가 직접 배송을 나서기 시작하면서부터. 강남, 서초, 성동구 등 사무실과 멀지 않은 곳은 직접 스쿠터를 타고 배송을 나선다. 다른 곳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일종의 깜짝 이벤트로 시작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왼쪽부터 김형준, 박예은 씨
“사실은 택배비 2,500원이 아까웠어요. 주문자 주소가 강남으로 되어 있는데, 조금만 걸어가도 닿을만한 거리잖아요. 굳이 택배를 보내야 하나, 차라리 직접 가져다주면 배송도 빠르고 택배비도 아낄 수 있겠다 싶었죠.”

사무실을 차려놓은 신사동과 가까운 거리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그는 물품을 챙겨 자신이 직접 스쿠터를 타고 배송한다. 주문한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주인이 직접 물품을 들고 찾아오자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직접 배송을 나선 최단 기록이요? ‘17분’이에요!” 그는 쇼핑몰 사상 이런 빠른 기록은 없을 것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와 고객에 대한 배려로 반품율이나 교환율이 1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연예인보다 사업 체질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처음부터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물품을 들고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을 찾아가 주인을 찾을 때면 ‘택배 기사’ 같지 않은 모습에 사람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낼 때면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배송을 간 집이 부재중이어서 물건을 가지고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서러운 마음이 북받쳤다. ‘그래도 연예인 했던 사람인데’ 고작 몇 천원 아끼려고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눈물까지 나더란다.

사업을 시작하게 됐을 무렵이 그에겐 매우 힘든 시기였다. ‘태사자’ 맴버들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됐을 때 그는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다. 아는 매니저와 계약을 했고 새로운 도약을 꿈꿨으나 방송국에서 대기하며 2년간 했던 일이라고는 딱 한번의 드라마 미팅이 전부였다. ‘점 때문에 인상이 너무 강해 보인다’는 방송국 PD의 말에 트레이드 마크였던 입 옆의 큰 점까지 빼는 수고까지 강행했으나 점점 자신의 길에 회의를 느꼈다고.

“연기자로 준비하는 동안 거의 폐인처럼 지냈어요. 스케쥴이 없으니 밤새도록 게임만 하고, 돈 생기면 자동차만 바꾸고… 예전에는 노래 두 세곡에 몇 천 만원을 벌었죠. 말 몇마디에 쉽게 돈을 벌던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남은 게 없어요. 쉽게 번 돈은 정말 쉽게 쓰기 마련이더군요. 얼마 전 여자친구가 보일러를 켜길래 ‘뭐가 춥냐, 옷을 더 입으라’고 했더니 여자친구가 ‘짠돌이’ 다 됐다고 놀리더라구요.”



하루에 그의 미니 홈피를 찾는 방문자수는 2~3000명 정도. 하지만 그중에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경우도 많다. 댄스그룹 ‘SS501’의 멤버인 김형준과 동명인 탓에 그의 팬들이 혼동하여 방명록에 글을 남기는 것은 물론 1촌 신청까지 쇄도하고 있다. ‘사진첩을 잠시만 봐도 아니라는 것을 알텐데 이해하기 힘들다’는 그는 물밀 듯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메인화면에 메시지를 띄어놓기도 했다.

“저 SS501 아닙니다!”

최근에는 월드컵을 겨냥해 직접 옷을 제작했다. 또한 명동에 오프라인 매장까지 준비하고 그는 지난달부터 방위산업체로 인터넷 게임 개발 업체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회사에 근무를 하면 좀 더 컴퓨터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평소 컴퓨터 게임도 수준급이었던 그는 얼마 전 열린 연예인 게임대회 ‘청담컵’에서 탁재훈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경력도 갖고 있다.

“낮엔 방위산업체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쇼핑몰 운영하고, 눈코 뜰 새 없어요. 쇼핑몰 운영한 첫 달, 양쪽 부모님께 사업자금 빌린 것을 갚고 나니 딱 30만원이 남았어요. 여자 친구와 서로 15만원씩 나눠 가졌죠. 지금까지 그만큼 귀하고 값진 돈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 세계닷컴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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