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1월 25일
에이즈, 당신은 얼마나 알고계십니까?
 
에이즈에 대한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한것은 벌써 몇달도 더 되었다. 근데 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바쁘다는 이유로 글 쓰기를 미뤄오다가 이제서야 쓴다. 사실 정말 솔직한 이유는 내가 음성이라는 사실이 기뻐서 남들에게 에이즈에 대해 알려줘야겠다는 의무감이나 결심따위는 저 멀리 날아가버렸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고,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뭐 좋은 글이 될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내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우선 에이즈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으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인체에 침투하여 면역기능을 저하시킴으로써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사망하게 되는 질병이다.

위에서 "음성"이라는 글자를 보고 대부분 눈치챘겠지만 그렇다, 나는 에이즈 검사를 받아봤다. 뭐 어린나이에 여자 백명이랑 자서 걱정이 됐다든지, 돈만 생기면 사창가를 찾았기에 걱정이 된다든지 하는 건 아니고. 예전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지적 허영심과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각종 건강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신이 인류에게 내린 벌" 이라고까지 불리는 에이즈에도 관심을 가지고 나름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어린나이에도 여러 남자와 섹스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하다가 <너는 내 운명>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문제의 한마디. "넌 내가 에이즈면 어떡할꺼야?". 잠깐 뜸을 들이고 농담이야.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뭔가 목에 가시가 걸린 느낌이였다.

그 친구는 콘돔 사용을 싫어했다. 생리가 끝난 후엔 항상 그냥 하길 원했고, 생리 후 일주일동안은 비교적 안전한 시기라는 지식이 있던 나는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솔직히 둘 다 흥분한 상태에서 여자가 그냥 박아줘 하는데 정신 차릴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콘돔 사용도 싫어하고, 섹스는 좋아하고, 여러 남자와 섹스를 했었고 (여러 남자와 했다는 게 문제라는 게 아니라, 남자가 꽤나 자주 바뀌었어서 걱정이 됐었다. 에이즈 감염 위험요건 중에 하나니까) 게다가 그런 심상찮은 (농담일 수도 있겠지만) 얘기까지 듣고나니 걱정이 됐다. 아니, 얘가 진짜 에이즈면 어떡하지.하고 말이다. 그러던 중에 어느날 그 애 속옷에 피가 묻어있는 걸 봤고 (확실히 생리기간은 아니였는데 말이다) 나는 검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검사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쉽지가 않았다. 솔직히 누구한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번이나 에이 그냥 아니겠지. 그냥 살자.라고 생각했었지만, 결국은 검사를 받기로 했다. 안심하는 것이 백배 낫지 않은가. (에이즈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를 에이즈 포비아라고 한다) 검사를 받기로 완전히 결정을 한 후에도 문제는 있었다. 감염이 의심되는 행위후에 최소 8주가 지나야 신빙성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려야했다. 아마도 이 시간과 검사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몇 분이 가장 피말리는 시간일꺼다. (최소 8주로 규정하고 있지만, 더욱 확실한 결과를 원한다면 12주 이후가 좋다고 한다) 드디어 8주후, 내가 선택한 곳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였다. 전국의 보건소나 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지만, 남들 눈도 신경쓰이고, 아무래도 절차나 보안등이 가장 잘 정립되어 있을 듯 해서였다.

예약절차는 간단했다.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가명으로 예약을 했다. (전화를 걸면 예약을 위한 가명을 하나 말해달라고 한다) 검사를 받으러 갈때는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서 가야하는데, 이는 앞에 검사받는 사람과 마주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예약시간을 정하는 것이므로, 시간을 맞춰가는 편이 피차좋다. 검사는 간단하게 이루어지는데, 손가락 끝에서 피를 한방울 채취하고, 5~10분후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검사 전과 후에 각 한번씩의 설문조사가 있는데, 이는 에이즈에 대한 지식과 검사받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이다. 역시 익명으로 하게 된다.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이나 (실제 실습을 통해서) 에이즈에 대한 각종 정보들에대한 진실과 거짓, 그리고 질의응답등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검사는 무료다.

검사결과는 두 가지다. 음성이라함은 쉽게 말해 에이즈가 아니라는 뜻이고, 양성은 에이즈라는 뜻이다. 하지만 양성이라 하여 꼭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리고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잡아내기위해서 굉장히 민감한 테스터를 사용하므로, HIV 바이러스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형태를 띤 것이 있으면 테스터가 양성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성으로 결과가 나올시에는 2,3차 검사를 통해 정확한 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1. 그럼 에이즈 검사는 누가 받아야 하는가?
당연히 의심되는 사람이면 누구나 받아봐야한다. 삼십분만 투자하면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도 해소할 수 있고, 조기에 감염사실을 알게되면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하여 바로 죽는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잠복기를 두고 발병하게 된다. 요즘은 치료법이 많이 개발되어 만성질환 - 예를 들면 당뇨병같은 -의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정부에서 보건상담 및 면역검사, 치료비를 지원한다) 또 위에서도 얘기했듯이 검사과정이나 감염사실등은 철저히 법적으로 비밀이 보장된다.

2. 에이즈 감염경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당연한 소리지만 첫째로는, HIV에 감염된 사람과 섹스를 했을 경우, 그리고 수혈을 받았을 경우다. 에이즈는 타액이나 피부접촉등으로는 감염되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다. 섹스의 경우에도 한 번의 섹스로 감염될 가능성은 2%미만이다. 하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위험하며, 2% 미만이라 하더라도 여러 변수들 때문에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혈의 경우에는 영화 <도마뱀>에서 나온 것 같은 경우를 말하는데 요즘은 수혈전에 철저한 테스트를 거치므로 그러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참고로 얘기하면 예전에는 헌혈을 하면 나중에 날아오는 우편물에 에이즈 감염여부를 알려줬다고 하나, 신변보장 및 비밀유지를 위해 요즘에는 에이즈에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혈액만 폐기처분하고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둘째로, 위에서 얘기했듯이 여러명과 섹스를 하거나 상대방에게 여러명의 섹스파트너가 있는 경우다. 그러니까 당신이 꿈꾸고 있는 쓰리썸이나 포썸은 상상이나 하란 말이다. 에이즈의 위험이야 말할것도 없고, 여자 4명중 한명은 헤르페스 보균자라고 하니 섹스는 한번에 한명하고만. 이란 말이다.

3.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은 무엇이 있는가?
흔히들 에이즈하면 떠올리는 것이 게이.일텐데, 동성애가 에이즈의 발현조건은 아니다. 에이즈는 HIV에 의해서만 감염된다.(네이버 지식검색을 둘러보다가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다. 누가 "남자끼리 애널섹스를 했는데 안에다 쌌어요. 에이즈 걸리나요?"라고 물었는데 답글이 예술이였다. "임신합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게이를 떠올리는가. 게이의 경우에 감염의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애널섹스를 하게되면 항문이 찢어지기 쉬우므로 여성역할의 남자가 보균자인 경우에 에이즈 감염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역할이 보균자일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위에 얘기가 가장 많이들 오해를 하는 것일테고 다른 것은 뭐가 있을까. 에이즈에 걸리면 바로 죽는다.등이 있을텐데 그건 위에서 설명했었으니 패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올바른 정보입니다)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타액이나 피부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단 키스의 경우, 입에 상처가 있다면 감염의 위험이 있다. 요컨대 혈액으로는 감염이 되니 주의하란 말이다)
아, 하나 더 생각났는데 마약을 하면 에이즈에 걸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조금 잘못 전달된 거다. HIV 감염자와 같은 주사바늘을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내가 마약을 권장하는 건 절대 아니고.


덧) 밑에 트랙백 되어있는 Lunatic asylum님의 글은 또 전혀 새로운 사실을 말한다. 뭐가 옳은 지는 나도 모르겠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는 언제나 극소수이고, 판단은 각자의 문제이니까. 상당히 흥미로운 글이니까 관심있는 사람은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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