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진 탁 트인 공간
현대적인 건물에 전통 한옥 개념을 끌어들인 건축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우경국이 헤이리에 직접 지은 ‘자연 속의 집’을 소개한다. |
한국건축 대상, 건축가협회상 등 각종 건축상 수상 경력과 외국의 유명 건축잡지에 소개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는 예공아트스페이스의 대표 건축가 우경국(62). 그의 집은 작은 상자 위에 커다란 직사각형을 얹어놓은 듯한 형태의 3층 건물로, 경기도 파주의 문화예술마을 헤이리에 자리하고 있다. 집의 일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이 바로 그가 직접 설계해 가족과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다. 지하는 MOA라는 이름의 갤러리, 1층은 카페 겸 아트숍, 2층과 3층은 그와 가족의 생활공간, 2층 현관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의 사랑채로 구성돼 있다.
어느 집과도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만 살아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3년 반 전 이곳 헤이리에 가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그는 요즘 뒷산과 늪지를 벗삼아 자연을 즐기며 사는 전원 생활이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집은 흔히 말하는 ‘살기 편한 집’의 기준에는 맞지 않아요. 활동이 편하도록 동선이 짧은 구조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로 세련되게 꾸며놓은 것도 아니죠. 하지만 길게 만들어놓은 동선을 따라 느릿느릿 천천히 걷다보면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맞고 창밖 풍경도 보고 사색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 이게 더 좋은 집 아닌가요(웃음)?”
집 안까지 모기나 풀벌레, 날파리가 날아들고 정원에서 풀을 뽑다가 벌레에 물리기도 하는 등 불편한 점도 여럿 있지만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이 이 집에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현대적인 건축물 속에 전통을 담은 집
밖에서 보면 사각형 상자처럼 단순해 보이지만 집 안으로 들어서면 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과 다양한 풍경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전통을 시대와 문화에 맞게 재해석한 집 짓기로 정평이 나 있는 그의 집답게, 내부는 현대적인 느낌으로 개조한 한옥을 연상시킨다. 안방 문을 열면 집 한가운데 자리한 대청 마루가 있고, 대청문을 열면 사랑채가 보이는 등 모든 공간은 한옥처럼 문을 통해 막힘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하나로 연결돼 있어 실제보다 훨씬 넓고 시원해 보인다.
2층에는 눈앞에 펼쳐진 산과 하늘의 풍광을 앉아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좌식으로 설계한 거실과 주방이, 3층에는 개인 공간인 안방과 아들 방이 자리하고 있다. 안방은 그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아내 이양호씨를 위한 곳이고, 아들방은 미술을 전공하는 둘째 아들의 생활 공간이다. 사랑채 1층은 전체를 서재로 사용하는데 책꽂이마다 그가 모아온 건축 관련 책, 아내의 미술 관련 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이들 부부는 이곳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앉아 책을 읽으며 토론을 하는 등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지하 방은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는데 외국의 건축 잡지에 소개된 이후 그의 집을 직접 보러 오는 많은 외국 건축가들이 호텔 대신 이곳에 머물고 싶어할 만큼 전망이 좋다. 영국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한 뒤 귀국해 카이스트 연구소에 재직 중인 큰아들도 가끔 집에 들를 때면 언제나 이 방에 짐을 푼다고.
1 키 낮은 가구를 양쪽에 배치해 한층 넓어 보이는 거실은 창 너머로 헤이리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끔은 블라인드를 내려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2 거실 한켠은 골동품 가구와 도자기,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신익희 선생의 서예 작품 등을 놓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3 거실과 주방이 있는 2층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부부가 사용하는 안방과 아들의 생활 공간이 펼쳐진다.
4 유리벽을 높게 올려 만든 중정은 2층과 3층 어느 곳에서 쳐다봐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5 주방과 거실 중간에 자리잡은 중정. 대청마루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이곳은 집 안 어느 곳에서 보아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집만의 독특한 공간이다.
6 동판 밖으로 툭 튀어나와 헤이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공중 발코니는 이 집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는 친근한 공간
“사실 이 집을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설계한 이유가 있어요. 집 뒤로 보이는 산이 정말 예쁘잖아요. 그런데 이곳에 커다란 건물을 세우면 지나다니는 이웃들이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 끝에 1층을 비워 빈 틈으로 놔둔 채 집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어요. 본채와 별채 사이에 공간을 둔 것도 같은 이유고요.”
두 개의 건물 사이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큰 계단과 작은 계단을 촘촘히 만들었다. 축제가 많은 마을인 만큼 행사가 열리는 날에는 자연스레 객석이 되고, 관람객들로 붐비는 주말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휴식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공간. 아내가 관장을 맡고 있는 MOA 갤러리는 제대로 된 건축 갤러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건축과 미술 등의 문화를 소개하는 교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둘째 아들의 방. 창가에 노출 콘크리트로 벽을 만들어 파티션 역할을 하도 록 한 독특한 설계가 돋보인다.
2 주방의 중앙에 개수대를 놓아 동선을 줄인 주방. 사용하지 않을 때는 블라인드를 내려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주방용품들을 가린다.
3 안방에도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여닫이 창을 냈다. 창문 턱은 낮추고 폭은 넓게 디자인해 창문에 걸터앉아 풍경을 보면 한폭의 그림같이 느껴진다고.
4 본채와 별채 사이에는 테이블을 놓아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며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도록 까페처럼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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