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기후현 기후하시마역. 이곳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달리면 논 한가운데 평범한 중소기업 공장이 나온다. 미라이(未來)공업이다. 1965년 창업한 이 회사는 그러나 절대 평범한 회사가 아니다.

2만여 종류의 전기 설비 자재를 생산하는 미라이공업은 창업 이후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1970년대 오일 쇼크,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 때도 평균 15%대의 계속사업이익률을 지속했다. 마쓰시타전기 도시바 등 쟁쟁한 대기업이 경쟁사였다는 점에서 놀랄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이 회사 직원들은 일본의 그 어느 회사보다 많이 논다는 것. 미라이공업엔 잔업(초과 근무)이 금지돼 있다.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4시 45분 퇴근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연간 휴일도 143일로 일본 기업 평균 120일보다 23일이나 많다. 정년은 70세로 사실상 종신 고용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샐러리맨의 유토피아’ ‘직원 만족 경영의 메카’로 불린다.

남들보다 일을 덜하는 것 같은 데도 잘나가는 회사. 그 비결은 회사 본관에 들어서면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다. 대낮이었지만 복도는 어두웠다. 전등이 모두 꺼져 있다. 화장실도 직접 전등을 켜고 들어가야 한다. 사무실을 들여다보니 천장의 형광등에 ‘풀다운 스위치(끈으로 잡아당기게 돼 있는 스위치)’가 줄줄이 달려 있다. 직원들이 자리를 뜰 때 자기 머리 위의 풀다운 스위치를 당겨 전등을 끄는 게 규칙이라고 한다. 말로만 듣던 ‘짠돌이 경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내를 받아 2층 야마다 아키오(76) 상담역 사무실로 향했다. 미라이공업의 오늘이 있게 한 창업자다. 그는 2000년까지 미라이공업의 사장과 회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고문 역할인 상담역을 맡고 있다.

미라이공업은 철저한 비용 절감으로 유명한데,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해 주시죠.

“무엇보다 회사에 불필요한 건 철저히 없애고 줄였습니다. 우리 회사엔 공용 승용차가 없지요. 회장도 사장도 다 자기 차를 타고 다닙니다. 나는 아예 차를 갖고 있지도 않고요. 회사 공용차라곤 미니 승합차 정도입니다. 그게 승용차보다 휘발유를 훨씬 덜 먹거든요. 그럴 리도 없겠지만 혹여 일본 국왕이 우리 회사를 방문하더라도 우린 승합차로 마중을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공용 휴대전화도 없지요. 임원은 물론이고 영업직원에게도 휴대전화를 주지 않습니다. 곳곳에 널려 있는 편의점에만 가면 싸게 공중전화를 쓸 수 있는데, 뭐하러 비싼 휴대전화를 씁니까.”

상담역께선 어떻게 출근하십니까.

“같은 동네 사는 직원들의 차를 얻어 타고 출퇴근합니다. 일종의 카풀(Car Pool)을 하는 거죠.”

최근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를 때 비용을 더 줄인 게 있습니까.

“없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줄일 부분이 없지요.”

그러면 원자재 가격 상승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제품 가격에 조금씩 반영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제품별로 가격을 10~15%씩 인상했지요. 고객들도 원자재 값이 오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이해합니다. 원료 값이 올랐는데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닙니까.”

너무 비용을 아끼다 보면 직원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사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비용 절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복도에 불을 켜지 않는다고 사원들이 불편한 것은 아니죠. 복사기가 350명당 1대이지만 복사기 앞에 줄을 서는 경우는 없습니다. 막연히 비용 절감을 하면 직원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절감할 수 있는 불필요한 비용은 널려 있습니다. 그런 걸 모두 찾아내 줄이는 게 중요하죠.”

다른 기업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바보 같은 짓이죠. 임금을 줄이기 전에 다른 부분에서 아낄 것이 많습니다. 예컨대 직원 임금을 깎았다는 회사를 가보면 복도에 전등이 훤하게 켜져 있지요. 왜 전등부터 끄지 않습니까.”

직원을 자르고 싶은 경영자가 있겠습니까.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것도 인정할 수 없나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직원을 강제로 내보내선 안 됩니다. 직원을 자르기 전에 회사가 좀 더 돈을 벌 궁리를 해야지요. 일본은 물론이지만 한국만 해도 시장이 큽니다. 그 시장을 더 차지해 돈을 더 많이 벌면 직원을 자르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500조 엔 정도 됩니다.

일본에서 제일 크다는 도요타자동차도 그중에서 26조 엔(연간 매출액) 밖에 가져가지 못하죠. 더 노력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시장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죠. 발상을 바꿔서 직원을 자르지 말고 반대로 사원들의 임금을 올려줘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철저히 아낀 비용은 직원들을 위해 쓴다고 들었습니다. 주로 어떤 곳에 돈을 씁니까.

“무엇보다 월급을 좀 많이 주죠. 우리 회사엔 잔업이 없지만 잔업이 있는 회사 직원과 월급이 똑같습니다. 단위시간당 임금이 더 많은 거죠. 연간 보너스도 일본 기업 평균은 3개월분인데, 우린 5.5개월분을 줍니다. 동종 업종에선 최고 임금 수준이죠. 근로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교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죠.”

직원들에게 무조건 ‘당근’만 주면 게을러지지는 않습니까.

“게을러지는 직원은 없습니다. 직원들은 당근을 먼저 주면 더 열심히 일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성과를 보고 나중에 당근을 주지요. 그러면 동물원의 동물들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동물원에선 원숭이가 재주를 보여야 먹이를 주지 않습니까. 돌고래도 그렇고요.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당근을 줘서 배부르게 해줘야 더 열심히 일합니다.”

그렇더라도 직원 간 능력 차이는 있지 않습니까.

“물론 능력 차이가 있죠. 하지만 나는 성과주의를 거부합니다. 중요한 건 직원들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느냐입니다. 사람의 능력은 모두 다르죠. 그런 사람들에게 똑같은 양의 성과를 요구하는 건 무리입니다. 각자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과거에 선풍기로 명단을 날려서 간부를 뽑은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려고 하는데, 정부가 요구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어요. 예컨대 당시 우리 회사엔 경리부 인사부 같은 게 없었죠. 돈이 아까워서 그런 부서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장을 하려면 그런 관리 부서들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부 요구대로라면 당시 20명이던 과장을 45명으로 늘려야 했지요. 25명을 누구로 뽑을까 고민하다가 후보자 명단을 선풍기로 날려 멀리 날아간 이름 순서대로 그냥 뽑아 버렸습니다.”

간부 인사를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나요.

“해도 됩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은 고학력 사회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절반이 대졸이고, 나머지 절반은 고졸이죠. 학력이 그 이하인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고교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면 누구나 회사 간부를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누가 해도 비슷하다면 굳이 골치 아프게 뽑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출처:http://magazine.hankyung.com/main.php?module=news&mode=sub_view&mkey=1&vol_no=671&art_no=34&sec_cd=1006)

 

미라이 공업의 야마다 사장님

 

 

(출처:http://blog.daum.net/julybih/13)

 

 

 

 

 

[MBC 스페셜] 야마다 사장 샐러리맨의 천국을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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