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둔재를 천재로 만드는 인문고전 독서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의 일이다. 독일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부모의 근심거리였다. 우리 나이로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모든 면에서 너무 느렸다. 

 정 신 지체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나쁜

 기억 력과 산만함 그리고 불성실한 수업 태도로 유명했다. 교사들이 이

 런 독설 을 퍼부을 정도였다.

 

 “너는 너무도 형편없는 놈이기 때문에 커서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 다.”

“네가 교실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아이들은 나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다.”

 

 아이의 인생은 꽤 오랫동안 교사들의 예언대로 진행되었다. 아이는,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대학 입학시험에 낙방하고, 다시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마침내 대학생이 되어 졸업을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학점과 그저 그런 졸업 논문으로 인해 대학교 조교 자리조차 따내지 못하고, 지도교수와 반목하다가 박사학위 논문을 중도에 때려치우고, 먹고살기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지만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백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아이에게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아이는 인문고전을 열렬히 사랑했다. 어쩌면 그것은 부모의 영향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집에서 문학고전 낭독하기를 즐겨했고, 어머니는 음악고전 마니아였다.  

 막스 탈무드는 의대생이었다. 그는 아이 부모의 초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의 집에 들러서 아이와 함께 밥을 먹었다. 천성이 따뜻하고 쾌활한 그는 아이와 금세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아이의 멘토가 되었다.

 막스 탈무드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독서법으로 아이의 두뇌를 바꿔주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아이에게 읽힌 첫 책이 유클리드의 『기하학』이고 두번째 책이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기 때문이다. 열세 살에 유클리드, 열네 살에 칸트를 만나고 어떤 변화를 경험한 아이는 이 독서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영원히 바꾸기로 마음먹고 열일곱 살에 이런 맹세를 하기에 이른다.

“나는…… 술 대신 철학고전에 취하겠다!”

이후 아이의 삶은 인문고전 독서로 채워진다. 이미 십대에 대부분의 서양 철학고전을 독파한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서는 전공보다 철학 강의를 즐겨듣고, 친구 아버지가 알선해준 직장에 들어가서는 상사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시한 논리학에 근거한 사고 훈련을 받는 데 몰두하고, 퇴근한 뒤에는 자신이 창시한 고전 독서 모임인 ‘올림피아 아카데미’ 회원들과 독서 토론을 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 모임은 플라톤의 『대화편』,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학 체계』, 데이비드 흄의 『인간본성론』, 칼 피어슨의 『과학의 문법』, 앙리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했는데, 창립회원 중 한 명인 모리스 솔로빈에 따르면, 중요한 부분에 이르면 한 페이지나 반 페이지 또는 한 문단을 가지고도 며칠씩 치열하게 토론했다고 한다.  

아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과학철학 및 과학사 교수이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아서 I. 밀러(Arthur I. Miller)는 『아인슈타인, 피카소』라는 책에서 아인슈타인의 ‘의식적 사고’를 설명하면서이렇게 덧붙였다.

 

“아인슈타인이 로렌츠의 전자기 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대성이론을 발명하게 된 배경에는 1)독일의 과학자 발터 카우프만의 고속 전자의 질량에 관한 자료 2)1895년의 사고 실험의 자료 3)스위스 폴리테크닉 연구소에서의 배움 4)인문고전 독서가 있었다. 

 

 

 1806년 5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해력, 기억력 등 지적 능력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는 평범했지만 아버지는 특별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의 두뇌를 천재의 두뇌로 변화시키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뇌를 장기간에 걸쳐서 인문고전 즉 문학, 역사, 철학 고전에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아이의 인문고전 독서는 여덟 살부터 시작됐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키케로, 데이비드 흄,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루타르크, 카이사르, 에드워드 기번,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베르길리우스, 호라티우스, 리비우스, 오비디우스, 테렌티우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 데모스테네스…… 아이가 열세 살이 되기 전에 읽은 대표적인 도서목록이다.

 이 모든 책을 아이는 영어 번역본이 아닌 그리스어, 라틴어 원서로 읽었다. 물론 아이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아이가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한 것도 아니었다. 일례로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 같은 경우 너무 어려운 나머지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차라리 읽지 않는 게 나았다고, 자서전에 썼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지도로 인문고전 독서를 큰 무리 없이 해나갔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추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천재들의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엄청난 양의 인문고전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아이의 두뇌는 자연스럽게 인문고전 저자들의 두뇌처럼 바뀌어갔다. 고전의 내용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천재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접촉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했다.

 물과 식물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식물에게 물을 주고 나중에 보면 물을 준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식물은 자란다. 인문고전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철학고전 같은 경우 몇 번을 되풀이해 읽고, 해설서란 해설서는 다 찾아 읽고, 심지어 필사까지 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이해 불가능인 경우가 많다. 일반인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철학 연구가들조차 ‘어렵다’라고 고백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철학고전을 한 권씩 뗄 때마다 사고의 수준이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철학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아이는 평생 인문고전을 읽었다. 아니, 인문고전에 푹 빠져 살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처럼 인문고전 독서 클럽을 만들었고,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독서 토론 준비에 쏟아 부었고, 하나의 주제에 놓고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때까지 석 달 넘게 토론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고전 독서 및 토론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던 아이의 두뇌는 마침내 인문고전 저자들과 똑같은 천재의 두뇌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름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지금까지도 철학, 경제학, 사회과학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논리학 체계』(1843)』 『경제학 원리』(1848) 『자유론』(1859)을 저술한 천재 사상가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서전에서 말했다.

“나는 지적인 영역에서 평균 이하였지,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평범한 지적 능력, 평범한 신체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받았던 고전 독서 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기울이지 못할 정도의 노력과 주의와 인내를 나에게 쏟았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고전 독서 교육 덕분에 내 또래들보다 25년 이상 빨리 출발할 수 있었다.”

“나는 고전 독서와 토론으로 인해 한 명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사상가로 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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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지성 작가의 『인문고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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