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소문 타고 동화작가 데뷔한 쌍둥이 엄마 박선미씨]
쌍둥이가 이야기 지어내면 그림 그리고 제본까지 뚝딱
"엄마로서 최선 다했더니 이렇게 재밌는 일 생기네요"

"옛날에 삯바느질해서 먹고사는 가난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지없이 착하니까 잘살게 도와주려고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요정과 남편은 사랑에 빠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경기도 광명에 사는 주부 박선미(37)씨네 여섯 살 난 아들 쌍둥이가 지은 동화다. 어른들이 들으면 "아니 잠깐! 부인은 어떻게 하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황당' 동화지만, 박씨는 "그게 뭐냐"고 타박하는 대신 아이들과 깔깔 웃었다. 박씨는 아이들 키높이에 맞춰 아이들이 지어내는 온갖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 이야기 짓는 단계부터 그림 그리고 제본하는 단계까지 전 과정을 온 가족이 직접 해내는 이른바 '엄마표 그림책'을 만들었다. 한 권 만들 때마다 블로그에 내용과 만든 과정을 띄웠다.


박씨의 블로그를 자주 찾던 직장 여성이 올 초 박씨에게 "나처럼 직장 다니는 엄마들 이야기도 책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박씨는 두 시간 만에 뚝딱뚝딱 그림책을 만들어 블로그에 사진과 내용을 띄웠다. 엄마가 비록 낮에는 일터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아이 곁에 있다는 줄거리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 소문이 출판사에 들어가, 정식 책으로 나오게 됐다. 책 만드는 요령을 담은 가이드북 '아이와 함께 만드는 엄마표 책'(문학세계사)과 창작 그림책 '우리 엄마는 회사에 다녀요'(〃)다.

박씨는 "동화 작가가 돼서 기쁘지만, 처음부터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원래는 교사가 꿈이었지만, 부산대 지리교육학과 졸업반 때 인터넷 바람이 불어 길을 바꿨다. IMF 외환 위기로 다들 취업을 못해 쩔쩔맬 때, 박씨는 대기업에 입사해 5년간 웹 콘텐츠 개발을 맡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시어머니·친정어머니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아들 쌍둥이 키우며 직장 일을 병행하긴 불가능했다. 명랑한 박씨도 종일 쌍둥이와 씨름하다 우울에 젖기도 했다.

"저라고 왜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런 고민은 답도 없고 끝도 없지요. '지금은 길게 느껴져도 지나가면 평생 중 몇 년에 지나지 않는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죠."

박씨는 "동화책을 낸 지금도 '이 길로 대성하자'는 욕심은 없다"면서 "'뭐가 되겠다'는 목표보다, 언제 어디서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창의적으로 사는 게 내겐 더 소중하다"고 했다. 손수 책 만들어보니 좋은 점은 아이들이 다른 책도 열심히 읽게 된 것이라고 한다.

 

출처:http://news.nate.com/View/20111125n01580&mid=n0411&cid=3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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