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시대 / 한 호철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거기에 맞는 자격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 일을 원만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데 그 일이 어떤 사람에게 적당한지, 그 일이 요구하는 요건에 합당한 기준을 통과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세상의 많은 일과, 많은 사람을 놓고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필요한 순간에 가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사람 수에서도 그렇지만 각 전문 분야별로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능, 기술의 수준을 직접 평가할 시간과 평가 도구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그것을 미리 평가해 놓고 필요하면 그것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활용하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자격증 제도이다

 이러한 자격증은 우리나라에 약 2,000만 명이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복 취득자를 제외하면 약 700만 명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회사에서도 신규로 인력을 충원할 경우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우선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요즈음은 직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전문 분야가 새롭게 탄생하고 아울러 새로운 직종의 자격증이 계속하여 생겨나고 있다.  이 자격증은 국가 기술자격법에 의하여 약 600여 개,  각종 법령에 의하여 100여 개,  민간단체에서 제정한 400여 개의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초보단계인 기능사부터 산업기사 및 기사를 거쳐 가장 고급 단계인 기술사 또는 경력인정 특급 기술자, 기능장까지 구분하고 있다.  전문 개별 법령에 의한 자격증에는 변호사, 의사, 교사, 공인회계사 등의 종류가 있다. 

또한 민간 자격증으로는 스포츠 마사지사, 역리사, 레크레이션 강사, 꽃꽂이사 등등 참으로 많이 있다.  요즈음은 업무의 다양화 및 욕구의 다발성에 따라 국가 주도의 국가기술자격 부여 일변도에서 민간단체, 협회로 이관하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분야의 다른 단체끼리 자기가 발행한 자격증만이 정통성이 있다는 등의 경쟁도 유발되는 폐단도 없지 않다. 그래서 최근 같은 성격의 단체는 자신들의 자격증을 통합하여 단일화하는 안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많은 자격증을 가지다 보니, 예전과 달리 자격증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정도가 되었다.  다만 모두들 가지고 있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만이 상대적으로 쉽게 비교 평가되는 방법이 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최근 학교 졸업반이 되면 자격증 취득이 필수코스가 되어 있고, 취업 후에도 얼마 동안에는 그러한 분위기가 남아 있어 자격증 취득에 열을 가하기도 한다. 

우리회사에도 한 사람이 열 개 이상의 자격증을 가진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자격증 중 실제 업무와 연관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개인 당 3개 정도에 불과하다. 

대게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자동차운전면허, 지게차운전 기능사, 기계기사, 건설기계기사, 소방설비기사, 전기기사, 열관리기사, 보일러기사, 위험물취급기사, 용접기사, 환경기사, 안전기사 등이 포함하여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에는 각 부문의 기능사 자격증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특수분야의 회사에서는 중장비 운전이나 정보검색, 환거래, 부동산 중개, 관세 등 업무 성격상 필요한 것을 골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장의 경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자동차 운전면허증이며, 그 다음은 업무상 필요한 특수용접 자격증이다.  현재 공장 인원의 절반 정도가 현장 작업자이고, 그 중 절반 정도는 위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3년 전에는 우리 공장 중 특수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단 몇 명뿐 일 때도 있었다.  어느 모로 보나 아무리 설명해도 변명이 되지 못하는 그러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몇 십 명이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일하는 작업자는 바뀌지 않았고, 특별히 용접하는 재료의 재질이 바뀐 적도 없으니, 환경은 변하지 않았고 용접물의 결과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지금은 여러 사람이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이 스스로 떳떳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실력이야 더 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은 자격증을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것이고,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한 제품을 생산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될 것이다.

그런 반면 회사에서는 역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하는 일은 확실하고 믿을 만할 것이라고 인정해줄 것이다.  역시 자격증은 필요한 것이라고 칭찬한다면 그 사람과 그 일,  그리고 회사는 계속된 선순환으로 좋은 제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역시 자격증은 취득하고 볼 일이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용접을 위주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지게차와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래서 우리회사는 지게차 다섯 대를 가지고 운행하고 있으며, 전문 운전기사 제도를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 지게차 운전자격증을 가진 사람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면, 물품 운반이 필요할 때마다 자격증 소유자를 찾아다니는 것 또한 업무의 낭비요 짜증나는 일이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누가 남의 공장에 와서 면허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운전만큼 위험한 것이요, 중량물 운반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자격증 역시 몇 십 명이 소유하게 되므로 써, 최소한 운전자를 찾아다니는 것으로 인한 시간 낭비는 없어졌다.  이것은 직접 생산성의 효과는 물론이며, 자격증 미소지자의 불법운전으로 인한 심적 부담과, 사고시 그의 처리문제 등에 대한 불안감 제거 등으로 얻어지는 선순환은 대단한 것이다. 

이렇듯 자격증은 직접적으로 업무와 연계된 것이 많이 있는 반면에 현재의 업무와 전혀 무관한 것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노후를 위하여 대비했다는 공인중개사나 법무사, 손해사정인 등의 자격은 당장 활용하지 못하는 것 등에 속한다.  언젠가는 필요할 수도 있으며 그래서 미리 준비했다는 것까지 누가 말릴 수는 없지만 회사 등 고용주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 일수도 있다.

현재 업무와 연관된 것은 반드시 취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은 대충해도 급여가 나오니,  언젠가 떠나야 할 회사일 바에야 그때를 대비해서 아무도 모르게 자격증 한 두 개를 추구한다면, 그것은 극단적으로 배신 행위에 가깝게 될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사원들이 회사에 충성할 것을 믿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고용하는데, 회사에 다니면서도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한다면 고용주는 그 사람을 계속 같이 갈 사람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반 학생들은 분명히 자기가 가야할 방향을 가급적 빨리 정하고, 그 정해진 분야에서 필요한 재목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잘 풀리고 돈이 되는 것 같은 분야에 정착하여 자신의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은, 단언하건대 그 분야의 목표를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 

왜냐면 그런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잘되다가도 주변 여건으로 잘못 풀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시련이 오면, 견디지 못하고 곧 바꾸므로써 잠시 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기회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격증 취득은 사회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그 취득 자격증은 자신의 업종과 같거나 유사한 것이어야 좋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나 현업에 적성이 맞지 않는 사람은 신규로 생긴 자격증을 살펴보고, 그 부문에서 자신의 업종과 관련된 것을 집중 공략한다면 자격증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신규 개설 자격증은 사회직업의 필요에 의하여 새로 제정된 것이므로, 향후 계속 소용될 업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규 자격증이 필요해 보이고 욕심난다고 해도, 그래도 변하지 않고 명심해야 할 것은 현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이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거나, 직업을 바꿔야 할 형편이라면, 다음과 같이 자격증취득에 관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적어본다.

 

1.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다.      

2. 전공, 업무와 관련된 직종을 택한다.

3. 평생 쓸 수 있는 지를 고려한다.          

4. 미래 유망산업의 직종인가를 본다.

5. 의무고용이나, 우선채용 종목인지를 본다. 

6. 정확한 정보수집을 한다.

7. 구체적인 정보를 가져야한다.             

8.자격증으로 만사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9. 자기에게 맞는 교육기관을 택한다.       

10. 뚜렷한 목표를 정한다.

                                  

출처 : 창암
글쓴이 : 세상살이 원글보기
메모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