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에 불타는 CEO는 성공한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목숨을 건 경영 승부를 펼치는 동기와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성공과 성취감,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 누구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개인적인 복수심도 CEO의 야심을 키우는 동기라고 미국의 비즈니스위크가 최신호(22일자)를 통해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국 재계에서 벌어지는 CEO들간 악연과 라이벌 경쟁, 더 나아가 복수 이야기를 다루며 "초경쟁 사회에서 해고당한 CEO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사내 찰떡궁합을 과시하다 돌연 해고당한 후 권토중래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래리 앨리슨 오라클 CEO의 총애를 받던 테리 가네트. 그는 해고당한 지 12년이 된 지금도 "나는 래리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며 "내가 그 일에 자극을 받느냐고 묻는다면 우문"이라고 격분했다.

그는 94년 명확한 해고 사유도 듣지 못한 채 쫓겨났다. 고소까지 했으나 "언젠가 복수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소송을 취하했다. 그리고는 소프트웨어업체 잉그레스 CEO로 부상해 오라클의 시장점유율을 깎아내리고 있다.

특히 기업 스캔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내 임원들간 권력 암투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패트리샤 던 당시 휴렛패커드 회장은 기업 스캔들에 휘말려 결국 사임했다.

이 당시 던 회장의 경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사퇴한 토머스 퍼킨스 이사는 뉴스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내 가장 큰 목적은 패트리샤를 회장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었는데 성공했다"며 "지금 (복수를 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재계 복수극의 주역은 스티브 잡스 애플 CEO다.

그는 연초에도 휴대폰 '아이폰'을 시장에 내놓으며 월가에서 상종가를 날리고 있다.

연초 잡스는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 델 회장이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애플 주가를 보니 애플이 델보다 시가총액이 앞섰군요"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애플 시가총액은 72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97년 델 회장이 공개적으로 잡스를 무시한 데 대한 '공개적인' 보복이었다.

당시 잡스 회장이 애플로 복귀하자 기자들은 델 회장에게 "만약 애플 회장이라면 무슨 일을 하겠냐"는 질문을 했다. 이에 델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사업을 접고 매각 대금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무안을 준 적이 있다.

2001년 애니메이션 '슈렉'을 만들어 디즈니를 깜짝 놀라게 했던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창립자 역시 '복수심'으로 거물이 된 인물이다. 그는 '인어공주'와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을 제작하며 디즈니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나 마이클 아이즈너와 사이가 틀어져 버림받았다. 카젠버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슈렉에서 나온 악당 캐릭터인 파콰드 영주가 아이즈너 회장을 모델로 했다고 전하고 있다.

파콰드 영주는 이 영화에서 사악하고 키가 작은 데다 완벽주의자로 묘사됐다.

84년 헨리 포드 2세 포드자동차 회장으로부터 쫓겨난 리 아이아코카 역시 자서전 '아이아코카'에서 그의 울분을 토로했다.

그는 "퇴직연금 때문에 나는 여전히 포드의 돈을 받으면서 또 그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일념으로 매일 아침 일을 하러 나선다"고 털어놨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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