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김범석.임현동] '직장 상사에게 사랑받는 20가지 방법' '언니가 알려주마! 남자 마음 사로잡는 특급 연애비법'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박경림(29)과의 취중토크 도중 쉴새없이 떠오른 책 제목들이다. 확실히 그는 넓은 오지랖 만큼 사람 관리하는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살면서 중요한 건 명함 두께보다 얼마나 그 사람들과 깊숙이 소통하느냐다.

박경림과의 취중토크는 윤기 나는 인간 관계를 위해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덕목인지 깨닫게 해준 두 시간이었다. 10일 밤 서울 신촌에서 결혼을 코 앞에 둔 박경림을 만났다. 그는 "미혼 시절 마지막 인터뷰"라며 그간 아꼈던 말을 쏟아냈다. 부모님 얘기할 땐 티슈가 필요할 정도로 눈물을 흘려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방송국마다 신인 때 울었던 지정 화장실"

박경림을 만난 곳은 이화여대 정문 근처 음식점 '밥톨스'. 마침 저녁 식사를 위해 이곳에 온 학생들이 박경림을 보자 "어머, 축하해요" "부러워요"라며 말을 걸었다.

'쌀 한 톨도 소중하게 다루자'는 뜻에서 직접 가게 이름을 밥톨스로 지었다는 박경림은 손님들에게 "홍대점과 이대점 두 곳을 창업했고, 모두 친언니와 형부가 운영한다"며 가게 홍보에 열심이었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다는 그를 위해 특별히 도수가 낮은 맥주를 주문했다.

-경림씨가 나오는 KBS 2TV '해피선데이-하이파이브'(14.4%, TNS 집계)가 지난 주말 두 달 만에 처음으로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12.3%)를 따돌렸던데요. 하늘 위에 계신 분이 경림씨를 무지 좋아하나 봐요.

"아이고, 과찬이세요. '하이파이브'는 제가 간만에 KBS로 옮겨서 진행한 거였는데 다행히 시청률이 좋게 나와서 기뻤어요. '여걸 파이브'가 워낙 인기가 좋아서 후광 효과를 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래 '일밤' 출신인데 친정 프로를 이겨서 좀 미안하고 쑥스럽고 그래요."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가 연출자 못지 않죠?

"중압감이 장난 아니죠. PD분들은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 그나마 다른 프로 하면서 만회하면 되지만, 저희들은 시청률 안 나오면 다른 데서 잘 안 쓰려고 해요. 직격탄을 맞는 거죠. 그렇다고 언제나 홈런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매번 배트 짧게 잡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하나 치자는 심정이에요. 가끔 3루타 치면 해피한 거죠."

[취중토크] 박경림이 띄우는 부모님전상서



-지금이야 팔방미인 MC이지만 신인 때는 고생 많았죠? 제일 서러웠던 기억은 뭔가요?

"저와 함께 출연하기로 했던 스타들이 '박경림 나오면 안 한다'고 했을 때죠.(웃음) 한 PD분은 저 상처 받을까봐 '너 까였다'고 말 못하고 대신 '이번주 방송 죽었다'고 거짓말 하셨어요. 나중에 내막을 알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방송국마다 제가 신인 때 울었던 지정 화장실이 있어요. 고3때 힐튼호텔에서 양파 콘서트를 봤는데 그때도 제 처지가 서러워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는데 혹시 앙갚음한 경우는 없었나요.

"전혀요. 저는 신인들 잘 챙겨주는 편이에요. 녹화 전 대기실에서 쭈뼛거리는 그 기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이리 와서 떡볶이 같이 먹어요'라고 팔 잡아 당기면 아마 그분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웃음) 박명수·정준하 오빠가 늦깎이로 잘 됐잖아요. 그건 그분들의 품성이 좋기 때문이에요. 남들한테 피해 안 주고 열심히 자기 길 가면 언젠가 대중들이 알아봐 주거든요."

[취중토크] 박경림이 귀띔하는 ‘반짝반짝’ 대인관계 비법

●잊을 수 없는 이문세·성시경과의 폭탄주 배틀

-연예계가 참 냉정한 곳인데 너무 선하면 손해보는 거 아닌가요?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안 그래요. 언젠가 위기나 슬럼프가 닥치거든요. 그때 주위 동료들이 손 안 잡아주면 그냥 추락이에요. 방송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해도 옆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편집 당하기 일쑤거든요. 이기적이거나 인간성 나쁜 연예인은 누가 리액션도 잘 안 받아줘요. 그런 면에선 좀 냉정하죠."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과 친할 수 있나요?

"맨정신으로도 얼마든지 취한 사람보다 잘 놀거든요. 사람들이 양주 마실 때 저는 색깔 비슷한 둥글레차 따라놓고 건배하거든요. 뒤풀이 때도 주로 제가 사회를 보는데 좀 심하게 망가지면 김건모·신승훈 오빠가 '쟤, 누가 술 줬냐'고 막 타박해요."

-이문세·성시경씨가 술 강권하는 분으로 유명한데.

"그렇지 않아도 데뷔 당시 문세 아저씨가 '술 안 마시면 진정한 연예인이 될 자격이 없다'며 술을 억지로 마시게 했어요. 그때 폭탄주로 배틀이 붙었는데 결국 기절했어요. 시경이도 '술 안 먹으면 친구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스마일 포장마차라는 곳에서 소주를 정신력으로 마셨어요.(웃음)"

-술에 대한 공포 같은 게 있나 보죠.

"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 어느날 보니까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가 한 가득 담겨있는 거에요. 어린 마음에 그걸 아버지가 마시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제가 마셔버렸어요. 온 몸에 열이 나고 두드러기가 돋고…

그 일이 저도 모르게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동명여고 3학년 때도 100일주 마시고 심하게 아팠거든요. 심지어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만 발라도 얼굴 크기가 두 배가 될 정도로 부작용을 겪어요.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가 저한텐 술이에요."

-결혼 5일 전인데 준비는 다 끝났나요?

"네. 오늘 밤 웨딩드레스 마지막으로 피팅해보고 신혼집에 가서 청소 해야 돼요. 가구는 형부가 그쪽 방면에 계셔서 다 준비해주셨고, 가전제품은 동료 연예인들이 다 장만해줬어요.

유재석 오빠가 TV 사줬고, 박수홍·윤정수 오빠가 냉장고, 에어컨 선물해줬어요. 제동 오빠한테는 김치냉장고 받았어요. 다들 노총각이라 나중에 갚을 생각을 하면 눈앞에 캄캄해요.(웃음)"

글=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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