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참선을 무용과 접목시켜 선무를 만든 포천중문의대 선무치유무용전공 이선옥 교수의 집은 평창동의 상가 건물 4층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3층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무센터이자 연습실로, 4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한다. 그는 7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가 줄곧 뉴욕에서 생활하다 98년 귀국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끔씩 한국에 들어와 머무를 때마다 평창동을 둘러보면서 나중에 한국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꼭 이곳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디를 둘러봐도 산과 나무가 보이고 다른 곳에 비해 한적해서 서울에서 이만큼 좋은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교수의 집에 있는 모든 창문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창을 열어두면 동쪽에서 해가 뜨는 모습부터 서쪽으로 해가 지는 모습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특히 주방 뒤편의 베란다를 터서 북악스카이웨이의 뒤쪽 풍경과 평창동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거의 하루 종일 베란다에 서 있던 적도 있었어요. 시시각각 달라지는 밖의 풍경이 아름답고 좋아서 말이죠.”
세계 각국의 가구과 소품으로 꾸민 소박한 ‘나만의 박물관’
그는 78년부터 96년까지 뉴욕대 무용과에서 겸임교수를 지내며 지금까지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3백여 회가 넘는 선무 순회공연과 강의를 가졌다. 외국을 다닐 기회가 많았던 덕분에 그의 집에는 지인들에게 선물받은 것부터 그가 직접 수집한 그림이나 소품들까지 세계 각국의 가구와 소품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한국의 고가구와 중국 앤티크, 유럽 가구들이 이곳저곳에 놓여 있으며 가구는 몇백 년 된 것부터 몇십 년 된 것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그의 집을 방문한 제자들이 한결같이 ‘개인 박물관’ 같다고 말할 정도.
식탁과 의자, 소파는 이탈리아 제품으로 20년 정도 된 것들이며 방마다 놓여 있는 찻상은 중국 앤티크, 거실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소품장은 중국과 한국의 고가구다. 인테리어 소품류는 선물받은 것이 대부분. 거실과 주방에 깔려 있는 카펫은 인도에서 공연 후 선물로 받은 것이고 소파 위의 다양한 쿠션은 터키, 중국, 인도산과 인디안의 고유 자수가 놓여진 미국 빈티지 제품이다. 도자기류는 예쁜 것을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사 모은 것들이다. 차를 즐겨 마시는 습관 때문에 찻잔이나 다기도 많은 편. 도예 전시회에 가서 구입한 것들부터 외국 가서 사 모은 찻잔과 인사동 등지에서 구입한 것들이 주방 가득 진열되어 있다.
공간마다 개성을 불어넣어 만든 아기자기한 집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널찍한 거실로 여느 집에나 있는 커튼 대신 대나무를 심어 거실에 작은 대나무숲을 만든 것이 독특하다. 베란다를 트고 커다란 사각 화분을 설치한 후 원래 있던 배관을 이용해 배수 시설을 만든 것. 여기에 흙을 깔고 대나무를 빼곡히 심은 다음 자갈을 덮어 마무리했다. 이때 대나무는 자연산 대나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조언. 실내 조경용으로 키워진 어린 대나무를 구입해서 따로 옮겨 심어야 죽지 않고 오래 산다고.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정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무성하지 않고 예쁘게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민 거실과 달리 개인 공간인 안방은 깔끔하고 안정된 한국식으로 꾸몄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한 번도 침대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그는 숯과 옥돌로 만든 매트를 깔고 황토 성분으로 된 침구를 놓아 편안하게 꾸몄다. 여러 개의 베개를 쿠션 대신 놓고, 베개 안에는 말린 허브와 쑥, 약초 등을 넣었는데 편안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침구 옆에는 고재로 만든 앤티크 좌식 탁자를 놓아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집은 나를 닮은 공간이자 나만의 건강한 휴식처”
이사하면서 가장 신경써서 고친 곳은 주방으로 창을 크게 내어 밖의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에 반해 이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한시도 창밖 풍경을 놓칠 수 없었다고. 대리석과 가죽으로 만든 식탁과 의자는 이탈리아산으로 미국에서 가져온 것. 이 식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차를 마시고 손님과 다과를 즐기기도 한다.
주방 쪽 베란다는 혼자서 사색을 즐기기 좋은 공간. 밖이 건물 하나 없이 트여있어 평창동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뒷베란다의 문을 떼어 턱을 없애고 싱크대 벽면에 큰 창을 내어 요리를 하면서도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집을 고칠 때 원래 있던 좋은 것은 살리고 나머지는 생활 방식에 맞게 변형했어요. 저는 집은 여유롭고 편안하게 꾸미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집도 저도 건강할 수 있잖아요.”
|
'예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래식·모던·로맨틱 스타일을 믹스매치한 아나운서 김경화의 집 (0) | 2008.06.26 |
---|---|
젊은 가구로 달콤한 휴식을 준비한 김민희의 집 (0) | 2008.06.24 |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딸 위해 새로꾸민 탤런트 이효춘 집 (0) | 2008.06.20 |
갤러리처럼 꾸민 아나운서 김성경의 그림 같은 집 (0) | 2008.06.19 |
다정다감한 아빠 탤런트 유태웅의 해피하우스 (0) | 2008.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