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 죽음을 앞두고 어릴 때 버린 딸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낸 탤런트 이효춘(56). 같은 시기에 방영된 드라마 ‘그 여자의 선택’에서는 시장에서 김치가게를 운영하는 억척스런 아줌마로 등장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70년대에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을 많이 했어요. 연기에 몰입하다 보니 제 생활도 우울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 선택한 것이 94년 방송됐던 드라마 ‘이 여자가 사는 법’이었죠. 공주병에 걸린 애교만점 아내 역할이었는데, 그 이미지가 강했는지 그 후로는 줄곧 같은 역할만 들어오더라고요.” 요즘은 MBC 일일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에서 남편을 일찍 여의고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역할은 저와 닮은 점이 많아요. 처음에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일단 정을 주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다 주는 성격이죠. 자식밖에 모르고 사는 것까지 말이죠.”
1 오리엔탈 수납장으로 꾸민 코지코너
2 집안에 활기를 불어넣는 조경
3 앤티크하게 꾸민 현관
이효춘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간 딸은 지난해 시카고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현재 이효춘과 함께 지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8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 지은(24)이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집안도 새롭게 단장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살겠다던 아이가 생각을 바꿔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거예요. 기쁜 마음에 아이에게 멋진 방을 선물하고 싶어 시작한 공사가 커져서 결국 집 전체를 리모델링하게 됐죠.”
얼마 전까지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이효춘은 딸 아이가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방을 써 지금까지 자신의 방이 없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잠깐 들어오더라도 할머니방에 여행용 가방을 풀어놓고 함께 지냈다고.
“최근 부모님이 고향인 광주로 이사가시면서 지은이 방이 생겼어요. 지은이가 돌아오기 전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하루 3~4시간씩밖에 못 자며 고친 집이라 더 애착이 가요.”
1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꾸민 코지코너
2 그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붙박이장
3 목 관리를 위한 공기청정기
딸과 국제전화하며 디자인한 아이디어 가득한 집
새로 단장한 집은 이효춘과 딸이 머리를 맞대고 꾸며 그들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딸 지은이 생각해낸 침실에 만든 좌식 공간. 창가 앞쪽의 단을 높인 다음 짙은 컬러의 원목으로 바닥과 벽면, 천장을 둘러붙여 만든 좌식공간은 침실과 분리돼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집을 고칠 때 미국에 있었던 딸과 국제전화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만든 공간이라 애착이 간다고. 거실 베란다에 만든 찜질방 역시 두 모녀의 야심작이다.
“제가 유일하게 즐겨 찾는 곳이 온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찜질방인데, 스케줄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시간 맞춰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창고로 사용하던 베란다 한쪽에 찜질방을 만들었는데 요즘은 지은이와 함께 사용해요. 좁은 공간에서 서로 마사지를 해주며 수다 떨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요.”
집안은 내추럴한 원목과 앤티크 스타일의 가구와 패브릭이 조화돼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나뭇잎 패턴의 벽지, 화이트 몰딩, 월넛 컬러의 원목 TV프레임, 거실의 소나무 조경으로 내추럴한 분위기를 내고 앤티크 가구와 패브릭을 곳곳에 두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1 피로를 풀어주는 찜질방
2 타일로 포인트 준 로맨틱 욕실
3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드레스룸
4 건강 지킴이 정수기
5 야채세척기
6 집안일 덜어 주는 음식물처리기
7 분위기 잡을 때 딱! 와인셀러
손때 묻은 살림살이가 가득한 주방
이효춘을 처음 만난 사람은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모습에서 차가운 인상을 받지만 그를 아는 지인들은 ‘정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지키는 스타일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저를 어려워하더라고요. 하지만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깊은 정을 나누는 편이에요. 사람과의 관계는 신의가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그의 성격은 집안 살림살이들만 봐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구석구석 어디를 봐도 새것은 찾아볼 수 없고, 살림살이가 보통 다 10년 이상씩 된 ‘골동품’들이다.
“저희 집에 처음 오는 분들은 깜짝 놀라요. 여배우의 집이라고 느껴질 만한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다며 의아해하는 분도 많고요.”
그런 그가 큰 맘먹고 딸과 함께 쓸 새로운 살림살이들을 장만했다. 그동안 필요했지만 혼자 사는데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 그는 “딸이 곁에 있으니 생각까지 달라졌다”며 흐뭇해했다.
1 거울 달린 붙박이장이 돋보이는 딸의 방
2 모던한 분위기를 더하는 수납장
오리엔탈 패브릭으로 포인트 준 딸 지은의 방 딸 지은의 방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오리엔탈 스타일로 꾸몄다. 딸 아이가 방을 꾸밀 때 가장 원했던 것은 친구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독립된 공간. 창가 앞에 단을 높여 대청마루처럼 만든 뒤 오리엔탈풍의 커튼과 방석, 쿠션 등을 두어 멋스럽게 연출했다. 이태원을 샅샅이 뒤져 고른 오리엔탈 수납장과 좌식 테이블로 동양적인 느낌을 더했다.
딸 지은은 엄마가 자신의 생각대로 꾸민 방을 보고는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요즘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 시간 여유가 있어 모녀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딸과 쇼핑하면서 집을 꾸밀 인테리어 소품들을 사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곤 했어요. 남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겠지만, 지은이가 어렸을 때 미국으로 가서 저는 해보지 못했던 것들이거든요. 딸과 함께 집안을 꾸미며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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