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공시킨 약점

나는 남들 다치는 피아노나 기타를 치지 못한다.
골프를 칠 줄 몰라 비즈니스에 차질이 있었던 적도 있다
여름엔 수영을 못해 물을 무서워 하고
겨울엔 스키도 타지 않는다..
기계치라서
멋지게 자동차 보닛을 열어
곤란에 처한 여성을 구원해 줄 수도 없고
심한 길치라서 건물 안에서도 길을 잃곤 한다
당연히 기계를 동반한 취미 (A/V에 조예가 깊다거나 카메라를 잘 다룬다거나)는
나와 거리가 멀다
컴퓨터 실력도 다룬 시간에 비하면 형편없는 편이다.
그뿐인가
난독증이어서 책을 전혀 읽지 못하고
심지어 보고서도 조금 길면 다 읽지 못하고 결재할 때가 많다
대인기피증에 가까운 낯가림 때문에
사람들 앞에 서질 못한다.
대중 연설은 커녕 열 댓 명 모인 동문회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화장실로 피신해 있던 적도 부지기수다.

도대체 잘나가는 내가
약점에 관한 글을 쓸게 뭐 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이것저것 내 부족한 점을 떠올리다 보니
요청 받은 페이지를 약점으로만 채워도 넘칠 정도다.
주제로 돌아가서
그럼 과연 나는 저 약점 덕분에 성공했는가 하고 자문해보면
답은 “yes” 다.

내 약점의 백미는 “학습불구”다.
나는 남에게 배우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책을 읽거나 학원을 다녀 본적이 없다
유일한 면허증인 운전면허도 독학으로 땄고,
흔한 영어학원 조차 다녀 본 적이 없다.

배우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재앙에 가까운 단점이다.

이글 첫머리에 밝힌 내 약점들은
따지고 보면 다 “공부 하지 않고” “배우지 않아서” 생긴
후천적인 약점들이다.
다시 말해 학습불구는 내 저 모든 약점의 모체인 셈이다.

언젠가 인터뷰 중에
“못 하는 건 빨리 포기하고 할 줄 아는 것 만 한 것이 성공 비결” 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내가 그 성공비결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치명적인 “학습불구증후군” 덕이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소질 있는 일만 파게 되어있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고 싶은데
피아노를 배우긴 싫다 보니
결국 피아노는 포기하고
안 배워도 할 줄 아는 다른 일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내가 어떤 일을 시작 했다는 건
그 일은 이미 내게 소질이 있었던 – 즉 배우지 않아도 되는 - 분야라는 뜻이다.

원래 소질 있는 일을 택해 승부를 걸면
여러 가지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제네랄리스트 보다는 당연히
결과가 좋은 법이다.
나 역시 내가 선택한 직업에 집착 하다 보니
내 분야에서 남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 두 가지 분야에 대해
남보다 뛰어난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

다만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일을 배우고 익히길 즐겨 하다 보니
이것 저것 두루 잘하게 되고
게으르고 도전의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할 줄 아는 것” 만 파니까
한 두 가지를 좀더 잘하게 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어느 삶이 옳다고 말할 순 없다

문제는 세상의 평가 방식이다.

놀랍게도 세상이 직업적 성취를 평가할 때
그 채점표에는 네거티브(negative) 항목이 생략되어있다. .

무슨 말인고 하니
스케이트 선수 김연아가 인기 있는 건 스케이트를 잘 타서이며
박태환이 박수 받는 것은 수영을 잘해서지
“못 하는게 적어서”는 아니란 뜻이다.

박태환 선수가 혹시 노래를 못하고 그림을 못 그리는 등 백 가지의 약점이 있다 한 들
그에 대한 평가가 훼손되겠는가 말이다.

지금 당신이 동경하는 사람 - 가수든, 화가든, 스포츠맨이든 –을 아무나 한번 떠올려 보라
그 누구를 떠올려도
당신은 그 사람이 “잘하는 부분” 에 대해서만 평가하고 추종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기하고 놀랍게도
그게 당신의 평가 방식이고 세상의 평가 방식이다.

결국 나는 “많은 것을 할 줄 모르는 “ 약점 덕분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골프 못치고 기계 못 다루고 수영 못하는 내 약점엔 관심 없고
골프 칠 시간 수영 배울 시간 털어 만든 내 결과물을
높이 사주더라 는 것 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과 행복한 인생은 별개다.
한가지를 파지 않고 이것 저것 두루 두루 즐기며 사는 사람은
큰 성공은 하지 못할지라도
행복하게 살수는 있는 일이다.

다만 명제를 성공에 국한하자면
당신이 집중한 장점 한 개가
당신의 약점 백 개를 극복 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나는 뭐든 하기 싫어하는 게으름 덕분에
그 “뭐든”을 할 시간을 할 줄 아는 일에만 투자하는
효율 덕분에 성공했다.

당신이 가진 약점이 어떤 것이든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할 줄 모르는 것 애써 해내려고 노력할 시간을
할 줄 아는 것 더 잘하도록 쓰면 된다.

물론 약점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치명적인 것이라면 – 인격적인 결함이라던가-
시간을 내서 보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남들 다 하는 거 몇 개 못하는 정도라면

포기해도 지장 없다.

[출처] 프레인 홈피 / 여준영 대표

 

 

 

 


준비된 PR경영인 여준영(hunt@prain.com) /
PGC 그룹

난 그를 멀리서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나의 스키마에는 그는 PR보다는 영업과 경영 수완이 좋은 운 좋은 젊은 홍보인 정도였다.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 신문로를 찾았다.
대뜸보자마자 “회사와 저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이 많이 돌아 답답합니다.” 한다. 그간의 마음 고생이 느껴진다.
그를 보며 한국 사람들의 근성이라고 하는 우스개 농담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한국인은 두 가지 동물적인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들쥐떼 습성이다. 남들이 잘 된다고 하는 무엇인가가 나타나면 한곳으로 모두 우향우해서 달려간다는 것이다.
둘째는 게 습성이다. 항아리에 잔뜩 풀어 놓으면 게들은 항아리를 나올려고 열심히 바둥거린다. 제일 열심히 한 게가 항아리 주둥이를 턱하고 걸치면 다른 게들이 모두 그 뒷 다리를 잡고 사다리처럼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잡고 있던 게들은 나가지 못하고 옆에 있던 나머지 게들이 먼저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별로 수긍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난 늘 생각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또는 조그마한 식당조차도 스타는 만들어져야 하고 축하해주어야 한다. 난 인정하고 싶다. 현재 PR계의 스타는 여준영사장이라고…

그는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당시 컴퓨터 관련 학과가 비젼이 있을 것 같아 문과에서 유일하게 갈수 있는 학과여서 지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놀았다(본인의 표현). 그리고 성적표를 넣지 않고서도 들어갈수 있는 코오롱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첫번째 그의 준비된 행운이었다. 처음으로 한 일은 당시 은퇴하는 노경영자의 퇴임사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신참으로서 작성한 퇴임사는 성공적이었으며 그 이후 그룹사 사장들의 원고는 모두 그의 몫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5년간 그는 저돌적으로 일을 했다. 웹사이트 오픈을 30대 기업중에 27번째로 할 만큼 보수적이었던 회사에서 그는 PR의 다양성을 이루어냈다. IR, 스포츠 마케팅, 캐릭터 마케팅, 인터넷 PR등.

그러던차 헤드헌팅사에 콜을 받아 벤처기업으로 이직한 후 1년뒤에 프레인을 차리게 된다.초기에 프레인을 운영하며 홍익 인터넷의 임원을 겸직했는데 홍익에서 그가 맡은 분야는 HR 이었다. 이것이 두번째 준비된 행운이었다. 당시 홍익인터넷은 많은 투자를 받아 회사를 확장하던 단계였고 이러한 가운데 HR 담당자로써 1,000명을 인터뷰해 100명을 채용하는 작업부터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 증대 프로젝트등을 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PR 경영인들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기본 소양을 단단하게 갖추고 드디어 프레인을 경영하게 된다.

그는 이야기 한다.
“ 잘 되는 식당은 밥맛이 좋은 겁니다. 잘 되는 PR회사는 당연히 PR서비스의 질이 좋다는 이야기이지요. 가끔 저에게 어떻게 잘 되는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PR을 잘하는 것일 거란 생각은 안하고)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는지를 묻는 식입니다. 그러한 질문에는 “뭔가 다른 게 있지 않고서야” 하는 선입견과 편견의 우문입니다. 그때 저는 그저 “열심히 했다”는 말만 합니다. 오히려 좋은 PR 서비스를 어떻게 하시길래 이렇게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까? 라고 한다면 여러가지 할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솔직하다. 그리고 감성적인 논리도 갖추고 있다.

PCG 그룹은 총 7개의 회사로 구성이 되어 있다.
Prain, Trey, P&Lee, Lee&H의 4개 PR회사와 Prodigm, pread 라는 프로모션, 광고 회사 그리고 E-storm이라는 웹에이전시가 PCG의 소속기업들이다. 총 직원수 150 여명. 7개 계열사가 도합 100개 이상의 고객사를 거느리고 있다. 18분 하나꼴로 새로운 자료를 내놓고 있고, 1년에 60억명 이상이 PCG가 하는 마케팅 활동에 노출되고 있으며. 고객사의 매출총합은 나라의 예산을 넘고 전 세계 모든이가 그들이 PR하는 고객의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 이상 씩 쓰고 있는 꼴이다.
이쯤되면 그의 주장대로 PR이, 정확히 말해 PR회사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모 출판회사에서 저에게 홍보를 잘하는 법에 대한 출판을 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PR회사 하는 사장이 PR을 제일 잘 한다는게 어찌보면 모순이더라구요. 자동차 회사의 사장이 자동차 엔진을 잘 개발하는 법을 엔지니어보다 더 잘 알겠습니까. 맞습니다. 저는 4년동안 어떻게 하면 좋은 PR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습득해 왔고 오히려 원론적인 PR에선 멀어져 있었는데 그건 당연한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저에게 홍보회사 운영 노하우를 적은 책을 의뢰했다면 시리즈로 3권 정도는 가능할텐데 말이죠, PR은 저보다 실무자들이 더 잘하는 게 당연하죠 ”
그는 PR 경영인이며 전략가였다.

PCG의 거침없는 성공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자뭇 궁금하다.




구자룡 goo@gigo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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