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는 졸라매도 머리띠는 풀어야

"새해엔 다들 책을 가까이 해서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 바랍니다."

 

쓰리엠(3M)에서 분사해 데이터 저장장치를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이메이션의 이장우(사진ㆍ53)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는 신년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지식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말을 맞아 미국 본사에서 잠시 귀국한 이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10여년 간 이메이션코리아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며 '독서경영'을 통해 임직원들이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했다.

 

임직원들의 전문성 제고는 회사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이메이션코리아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법인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다. 그에게는 자연스럽게 '독서경영의 대가', '자기계발 전도사'란 별칭이 따라붙었다.

 

이 대표는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독서를 더욱 가까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는 미래경영의 화두인 '상상력' '창의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광고비, 마케팅비, 인건비 등을 습관적으로 막 쳐낸다"면서 "낭비를 줄이는 건 좋지만 위기 대처가 자칫 조직을 움츠려들게 해 결국 직원들의 역발상적인 사고마저 소진시켜버릴 수 있다. 허리띠는 졸라매도 머리띠는 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학위를 위해 굳이 학교를 다닐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논문을 써서 학위로 받은 박사는 의미가 없습니다. 인생의 혜안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경험에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박사입니다. 하지만 박사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다독가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는 연초에 읽을 만한 책으로 '모티베이터'와 '내려가는 연습'을 소개했다. '모티베이터'는 군대에서 사고로 한 쪽 팔을 잃은 조서환 KTF 부사장이 '마케팅계의 거인'이라 불리며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은 시련과 극복 노력을 다루고 있다.

 

'내려가는 연습'은 공고 출신으로 사회에서 인생의 쓴 맛을 경험했지만 뒤늦게 공부를 시작해 미국 유학 후 대학교수가 된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가 힘겨운 현실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저자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갔다는 점에서 그와 닮았다. 이 대표는 동지상고를 졸업하고 경희대 영문과에 진학했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상 장학금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1982년 한국3M에 입사해서는 전국을 돌며 수세미를 판매하는 일을 맡았지만 누구보다도 의욕적으로 뛰어다녔다.

 

그러면서도 지난 20년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마케팅 공부에 매진해 수백 번 마케팅 강연을 다녔다. 또 경영학과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내년 초에는 디자인학 박사 수료를 앞두고 있다. 1년에 200여권의 책을 읽고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도 일상생활에서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계발에 철두철미하다.

 

1953년생인 이 대표는 은퇴 후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이다 보니 '회사를 떠난 뒤 할 수 있는 것이 뭘까'를 늘 생각한다는 것.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1인 브랜드마케팅회사를 세우고 기업을 대상으로 코칭경영을 전파하는 일을 시작한 상태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를 것 같은 그가 20여 년 간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더디 가더라도 끝까지 가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독서도 자기계발도 마찬가지입니다. 즐겨야 합니다. 미치면 제 풀에 지쳐서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완벽주의자가 되지 말고 적당주의자가 되십시오."

 

[출처] 머니투데이(200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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