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노케히메(おののけ姫)>로 지브리는 익숙해졌을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나의 마지막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지금까지 다시 묻고 있습니다. 그저 되지 않는 수고인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프로듀서에게 지금 작품대로 마지막까지 가면 3억엔은 적자가 된다는 말을 들어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한 것 같은 의식도 없습니다. 십년간 지브리에 있으면서 이 작품으로 고생하면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이 작품의 노예입니다. 완성시키기 위해 주변에서 픽픽 쓰러져도 좋습니다.”

 

 

1996년 11월 신작장편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를 제작 중에 있는 미야자키는 자신을 타이르듯 이렇게 말했다.

<모노노케히메>의 공개는 1996년 7월 중순 예정. 앞으로 반년 남짓으로 완성시키지 않으면 안 되지만 벌써 작업에는 지연이 눈에 띄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2년 전부터 작업이 시작되어 있는데도 아직 이야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원작과 각본을 겸하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헤매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가 정해지지 않아도, 2시간짜리 작품 한 편으로 12만장 이상의 작화와 1500 컷 이상의 배경 그림을 그리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우선 작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 어쨌든 완성된 작화를 ‘셀’이라고 하는 투명 시트에 전사해 색을 바른다. 그리고 그 셀을 배경그림에 맞추어 한 장씩 촬영한다고 하는 방대한 작업을 해야 하니까.

지연의 두려움이 오는 것은, 언제나 마지막 공정인 셀에 색을 바르는 채색부와 촬영부이다. 마지막은 완전 철야의 연속을 각오해야 하는 양 팀이 내가 지금 바라는 대로 응해 주고 있다고 미야자키는 말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이번에 ‘얏찡’이 채색부 스태프 중에서 젊은 여직원 세 명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분담시켜가는 시스템을 취한 것이 성공하지 않았나!”라고말하기도.

미야자키가 ‘얏찡’이라고 부르는 여성이 야스다 미치요(保田道世), 58세. 스튜디오 지브리의 타카하타 이사오(高畑勲) 감독과 미야자키 감독이 토에이동화(東映動画)에 입사한 이래 35년 이상이나 함께 일을 해 타카하타에게 ‘동지’, 미야자키에게 ‘전우’라고 일컬어지는 여성이다.

타카하타는 “센스도 기술도 발군, 그 직업인의 기질을 좋아합니다. 게다가 자신의 일 뿐만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니까 내가 영화를 만들 때는 운영의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토에이동화에 있을 때부터 서로 자극하고 함께 영화를 완성해 가려는 동지였습니다.”, 미야자키는 “나보다도 세배는 엄격한 사람입니다. 색 지정으로부터 인력의 준비까지, 마무리의 일 전부를 짊어져 주는 사람은 이제 ‘얏찡’이 마지막, ‘얏찡‘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반딧불의 묘(火垂るの 墓)>와 <이웃의 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의 동시 상영이 정해져 두 명이 동시에 감독 작품을 만들게 되었을 때는 양 감독 모두 그녀에게 일을 맡기려고 해서 큰일(?)이었다. 결국 야스다는 타카하타의 <반딧불의 묘>를 택하지만 그만큼 양 감독의 신뢰가 두텁다.

 

 

야스다의 일은 ‘색채’. 즉, 스튜디오 지브리의 채색부의 리더로서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의 눈이나 머리카락이나 옷으로부터 또한, 동물, 자동차 등 셀화에 쓰인 모든 것의 색을 결정하는 캐릭터 색채설계, 그리고 셀에 색을 바르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시아게(仕上)’라고 하는 공정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보통 TV애니메이션이라면, 한 편에 사용하는 것은 대개 2백색 정도. 그러나 현재의 지브리의 경우는 작품 한편에 5백가지 이상의 색을 구사하고 있다. 작품의 이미지에 맞추고 그 모든 색을 결정해 머릿속에 집어넣은 다음 12만장의 작화에 한 장씩 그림도구의 번호를 지정해 나간다.

게다가 사내 스태프나 외부 프로덕션에 어느 컷을 완성해야 하는지 지시해 진행을 관리하며 완성된 것을 검사한다. 게다가 사내 스태프의 육성도 해야 한다. 창조력과 관리 능력이라고 하는 상반되는 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없으면 번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여러 가지 공정이 있지만, 색채설계나 마무리의 일은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아 간과해지기 쉬운 부분이다. 그러한 곳에서 숨은 공로자로서 35년 이상 일을 해 온 이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 1960년대부터 계속 일해 온 여성으로서 무엇을 생각해 왔는가. 애니메이션의 색채설계나 마무리란 어떤 일인가. 일본의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감독이 된 타카하타, 미야자키와 보낸 날들은 어땠는지. 이 책에서는 야스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켜주고, 또 하나의 여성사, 또 하나의 애니메이션사를 찾아보고 싶다.


 

출처 アニメーションの色職人 (徳間書店) / 柴口育子
이 글은 본 책의 초판발행일인 1997년 6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

 

출처:http://chan2nara.word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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