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뽀너스를 받게 되던지,

길가다가 눈먼 돈을 줍던지,

갚아야(또는 지불해야) 할 돈이 굳었다던지,

강원랜드 카지노에 놀러 갔다가 심심풀이 베팅에서 잭팟이 터졌거나,

주식투자로 예상외의 많은 수익을 챙기는 …

 

등등의 행운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공돈’ 은 바로 노력봉사의 대가 없이 얻게 된 돈을 말하는데, 위의 예를 보면 모두 전혀 노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노력봉사에도 큰 돈이 생긴 소위 ‘땡잡은’ 경우이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긴 공돈을 어떻게 쓰시겠는가? 이어지는 다른 글을 보시는 동안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다.

몇 년간 잘 알고 지냈던 상현이라는 동생녀석이 작년 초에 늦결혼을 했다. 직장인 8년차인데도 총각생활 내내 가오잡고 사느라 돈을 못 모았던지, 평소의 스타일과 걸맞지 않아 뵈는 20여평 짜리 전세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속사정을 따지고 보면 그 전세금마저도 대부분은 부모님께서 보태셨을 게 뻔하다.

몇 달 후 24개짜리 두루마리화장지와 직접 사인한 터팬의 저서를 들고서 집들이를 갔다가 터팬은 삐까뻔쩍한 그 집 살림을 보고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벽걸이 PavvTV에 홈시어터는 기본이고, 대형Tromm세탁기, 양문형냉장고와 김치냉장고, 킹사이즈Ace침대, 침실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한 결혼사진, 식기세척기, 오븐렌지, 실크도배, 원목가구 등등… 언젠가 구경했던 40평대 모델하우스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전형적인 돈지랄 케이스여서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내색할 수 있었겠는가?   

 

당시에는 터팬도 결혼을 앞두었던 터라서, 이것저것 쓰다듬기도 하고, 리모컨도 작동해보고, 냉장고도 열어보고, 가격도 물어보았다. 가오가 상할까 싶어서 구체적인 성능과 모델NO 까지는 물어보질 못했다. ^^;;    어차피 그림의 떡이었으니…  

 

파장할 무렵.  

 

터팬 : 상현아. 너라는 녀석에겐 늘 뭔가 아쉬운 게 많았는데 앞으론 매사에 이 집처럼 뭔가 가득 찰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구나. 그런데 둘만 사는 집에, 이 세간살림은 좀 무리한 거 아녀? 쩐이 여유로운 편도 아니었을텐데?

 

상현 : 조금 무리를 했지. 어차피 이거 다 마누라가 혼수로 장만한 것이고, 혼수는 내돈 쓴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신혼 때 다 장만해둬야지… 집도 코딱지만한데 이렇게라도 채워 놔야 남들 보기에도 덜 쪽팔릴꺼구...

  

참으로 어리석은 녀석이 아닐 수 없다. 상현의 이 한마디에서 터팬은 몇 가지 돈 잘 쓰는 법칙을 유추해보았다.   

 

 

1.결혼식 전이면 아직은 네 돈 내 돈이 따로 ?

 

혼수품 구입시기가 비록 결혼식前 이라고는 하지만 구입 전에 이미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부부였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결혼 전이니 혼수비용부담은 신랑이 상관할 바가 아니고 신부는 당연히 자기 비용으로 그 정도는 장만해야 한다는 마인드라면 과연 결혼해서도 내외가 딴 주머니라도 차겠다는 것인가?

 

부부의 딴 주머니는 곧 중복소비, 과잉소비로 연결된다. 부부각자가 따로따로 결정하는 소비보다는, 한 주머니로 모았을 경우 둘이 의논해보고 공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지출을 결정하게 되므로, 의사결정은 다소 느리더라도 불필요한 소비를 견제하는 효과가 크고 결국은 훨씬 많은 저축잔고로 귀결된다.  

 

2.신부측이 부담하는 혼수비용은 신랑측의 입장에서는 공돈인가?

 

방송과 언론지면에 혼수문제에서 비롯된 이혼기사가 부지기수이고, 급기야는 시댁과의 갈등 따위로도  살인까지 가는 사건이 허다하다.

이 글을 보시는 기혼자나 곧 결혼을 앞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질문해보시라.

신랑은 뽀대나는 직장에 다니니까, 혹은 둘이 발 뻗고 누울만한 아파트 정도는 준비했으니, 신부측이 그에 걸맞는 혼수를 당연히 준비해야 한다고 보시는가?

 

못난 그대들이여~ 혼수품이 덜 채워지더라도 사랑과 믿음으로 보금자리를 가득 채워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어떤가?  

이런 얘기를 누군가에게 해봤더니, 그 녀석은 이런 말을 한다 “사랑은 쉽게 변하지만, 혼수품은 당장 나를 편하게 해주고, 꽤 오래남잖냐~” 라고…  

 

쉽게 변하는 게 사랑인줄 알면서도 결혼하는 건 무슨 배짱일까?

신부가 혼수용으로 준비된 1천만원이 있다면 예비부부로서 서로 잘 상의해서 절반은 예금하게 하고 나머지 한도에서만 혼수비용으로 쓰자고 하는 것이 어떨까? 그렇다면 결혼 후 그 절반의 현금 500만원이 무척 소중하게 쓰일 것 같지 않은가? 혼수품은 수명과 용도가 유한하지만 현금은 거의 무한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3.신혼이고 이사를 하면 새집에 걸맞게 한꺼번에 다 사둬야 한다?  

 

새집으로 이사할 때도 그렇고, 결혼할 때도 그렇다. 왜 새 부대에는 꼭 새 술을 담아야만 하는가?

이런 알다가도 모를 소비심리를 이용한 업체들의 마케팅도 기똥차게 잘 들어맞는다. 해마다 해당시즌만 되면 ‘혼수가전 대잔치’, ‘토탈맞춤 인테리어’ 어쩌고 하면서 이런저런 제품들을 패키지로 홍보한다.

 

물론 이런 것들을 제각기 다른 곳에서 따로 샀을 때의 합계와 큰 가격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조금 사려 깊은 신랑신부들은 이런 패키지를 한곳에서 사진 않고, 따로 취향에 알맞게 주문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꺼번에 새것을 장만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과연 이런 소비가 합리적이라고 보는가?

 

터팬은 절대 그렇지가 않다고 본다.

 

그들의 생각으로는 모처럼 새집으로 이사하는 것이고, 그 동안 수천만~수억이 투자된 갖가지 새집마련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몇 개 가전가구를 사들인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새삼스러운 비용부담도 아닐 것이니, 대충 집값에 포함해서 묻어가도 된다~라는 심뽀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대단히 어리석은 심리이다.

즉. 새집에 들어가면서 새 가전을 채우느라 드는 100만원은 훗날 부식비, 교통비, 관리비 등을 해결해야 하는 필수생존비용 100만원과 똑같은 크기의 돈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집 장만하면서 소요된 비용에 살짝 묻어가서 조금 더 지출한 딤채가격 100만원은 집값 1억에 비하면 1%밖에 안 되지만 바로 며칠 후에 시장에 가서 콩나물 값 100원 깎아서 이득을 보려던 금액의 10,000 배 이고, 집 사느라 빌린 대출금의 몇 달치 이자에 해당될 것이다.

 

당장 급하지도 않은 딤채를 무리해서 사느라 콩나물값 깎으려고 1만번을 다투겠는가? 남의 돈도 다 못 갚은 주제에 초대형TV 걸어놓고 혼자 희희낙락 하려는가?   

앞으로라도 결혼, 이사 등으로 새집에 입주할 때는 멀쩡하게 잘 쓰던 가전가구들을 새집에 맞추겠답시고 몽땅 버리지는 말고, 잘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남자들은 어디서 많이 보던 말이다.^^) 오래오래 쓰셨으면 좋겠다.

 

부부 금슬을 위해서라도 새집에서 살면서 필요하다 싶을 때마다 부부가 머리 맞대어 의논하고, 선택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사하던 초기에 한번에 왕창 사는 즐거움보다는 훗날 여윳돈으로 하나하나 샀을 때의 즐거움이 몇 배가 되는 것이다. 마치 복권 10억 짜리에 한번에 당첨되는 것보다는 1억 짜리 복권에 10번 당첨되는 것이 훨씬 행복하듯이 말이다.  

 

본문 서두에 공돈이 생기면 어떻게 쓸지 고민해보시라고 당부를 드렸었다.  

 

상현君 내외의 씀씀이와 본 칼럼의 주제인 ‘공돈 잘 쓰는 법’이 묘하게 버무려져 있음을 눈치채시지 못하셨다면 차라리 이 글 쓴 보람이 더 크겠다.

 

…… 눈치 덜 빠른 분을 위해 부연해드린다.  

 

꽤 많은 사람들은 공돈이 생기게 되면, 꼭 필요하지도 않던 고가품을 장만하던지, 주변에게 술값이나 밥값으로 쏘던지, 여행을 하는 둥… 뼈빠지게 벌던 고정수입보다는 그 가치를 폄하하는 성향이 많다.  한달 내내 애써 번 돈 100만원과 공돈 100만원은 그 사용&교환의 가치가 다를 거라고 믿는 분은 안계시리라 믿는다.   

 

여러분께서 길가다가 현금 100만원을 주웠고, 그것을 그날 택시에서 잃어버렸다고 치자. 여러분은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것은 아니라고 여기고 그냥 포기하실 것인가? 아니면 내돈 100만원을 찾기 위해 득달같이 택시를 수배할 것인가?

 

포기한다는 분들께 다시 묻겠다.

 

만약 그 돈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그 100만원으로 저축을 하겠는가? 아내가 그토록 원해서 언젠가는 사주리라 다짐했던 딤채를 사주겠는가?

 

아니면 원래부터 없었던 돈이니 갖고싶던 구찌가방을 사겠는가? 동료에게 한턱 쏘는 유흥비로 써버리겠는가?

 

주은 돈이 아니라 퇴근 후 투잡으로 번 100만원이라면 포기할 수 있었겠는가?

 

▶ 이젠 여러분들도 모든 ‘돈’은 노동으로 벌었건, 설령 불로소득으로 생긴 공돈이건 액면이 같은 만큼 그 가치도 똑같음을 안다.

 

▶ 작은 것을 여러 개 사야 할 때는 한꺼번에 사는 것보다는, 몇 템포의 여유를 가지고 나눠서 살 때 훨씬 현명한 소비가 될 것이다.

 

▶ 끝으로 한 가정에서는 수입계좌가 많을수록 좋겠지만 지출계좌는 한 개이면 족하다. 나라와 사회는 개인주의가 좋을지 몰라도 가정 內의 개인주의경제정책은 머지않아 콩가루체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 (주)팍스넷 CRM사업팀 과장 구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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