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지쳤다…‘배터리족’ 직장여성 성공 충전기"


[동아일보]

《모 식품회사 입사 12년 차인 박모(여·36) 과장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회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동기생 대부분이 결혼과 출산으로 직장을 떠났지만 열심히 일해 내년 차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박 과장은 1년 여 동안 심한 의욕 상실에 시달리다 두 달 전 사표를 던졌다. 한 번 퇴직하면 영원히 복귀할 수 없을 것이란 불안감은 있었지만 재충전한 뒤 다른 회사에 취직한 옛 동료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기업에서 경력사원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라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잡고 실력을 키우면 다시 일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박 과장은 직장에 대한 미련을 던지고 ’배터리 족((battery 族)’에 합류했다. ‘배터리 족’이란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재충전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박 과장처럼 경력을 안정적으로 쌓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여성들이 ‘배터리 족’을 자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족의 생계유지 부담이 덜한 여자들이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헤드헌팅 회사 더에이치알 윤정숙 대표는 “가장인 남자들은 재충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사표 내는 일이 드물지만 여성들은 과감하게 재충전을 택한다”면서 “배터리 족은 인력 채용이 유연한 홍보나 마케팅 쪽 여성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견 의류회사 마케팅실장을 지낸 곽모(36·여) 씨는 6개월간 영어 연수를 마친 뒤 유명 디자인회사 마케팅 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가 있던 그녀가 연수를 가겠다고 했을 때 모두 말렸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설득해 영어와의 ‘짧고 굵은’ 전면전을 치렀다. 연수 마지막 달에 친한 선배의 추천으로 평소 관심이 있던 디자인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전 직장에 비해 직급도 높고 월급도 올랐으니 성공한 셈이다.

성공한 배터리 족이 되려면 무엇보다 치밀한 준비가 우선이다.

육아 포털 사이트 콘텐츠팀장으로 일하다 1년여간 쉬고 대기업 계열사 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정선(39·여) 씨는 “매월 용돈, 학원비, 네트워크 관리비 등을 정해 치밀한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일을 시작하기 원하는 시점에서 6개월 이전에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보내야 휴식이 길어지면서 오는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회사와 출판사 10년 경력을 발판으로 최근 1인 출판사를 차린 조모(39·여) 씨는 “재충전 시간에 자기 개발에만 몰두하면 진정한 베터리 족이 아니다”면서 “쉴 때는 무조건 푹 쉬면서 머리와 몸을 싹 비우는 것이 진짜 베터리 족”이라고 말했다.

특급호텔에서 10년간 홍보와 마케팅을 했던 김모(36·여) 씨는 회사를 떠나 여행을 실컷 다니면서 1년간 쉬었다. 그는 바빠서 미뤄 둔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 덕분에 30대 후반 인생설계를 차분하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모 회사의 마케팅 컨설팅을 맡고 있다.

미국 뉴욕 디자인학교 파슨스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는 김모(31·여) 씨도 “일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 6개월만 푹 쉬어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뒀는데 머리를 비우니까 길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쉬는 동안 뉴욕 구석구석을 뒤지며 퇴직금을 몽땅 써버렸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읽는 눈을 길러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만들었다는 것. 그녀는 패션잡지 프리랜서로 일하며 12월 귀국해 창업할 생각을 하고 있다.

더에이치알 윤 대표는 “모든 직종에서 배터리 족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지만 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충전을 통한 재도약은 새로운 트렌드”라며 “어떻게 경쟁력 있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배터리 족의 인생 후반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주 사외기자 yamu72@lycos.co.kr

▼성공 배터리족 10계명▼

[1] ▽그만두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라=배터리 족은 자신감으로 재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달 정도 그냥 쉴 생각이라면 상관없지만 재충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다면 충분히 고민해 확신이 생길 때 감행해라.

[2] ▽1년을 넘지 말라=1년 이상 일에 손을 놓으면 경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라면 2년까지는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3] ▽목표를 똑 부러지게 정해라=재충전 이후 다시 취직할지, 전업할지, 창업할지에 대한 목표를 먼저 세워라. 목표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일정을 짜라. 예를 들어 처음 두 달은 죄책감 없이 쉬기, 여섯 달은 집중적으로 학원 다니기, 나머지 넉 달은 나에게 맞는 기업을 찾아 이력서 보내기 등으로 일정을 짤 수도 있다.

[4] ▽배터리 기금을 조성해라=매달 월급에 의지했던 사람에게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는 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별도 통장을 만들어 예산대로 사는 습관을 가져라.

[5] ▽‘몸’부터 만들어라=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 건강이 바닥을 드러내기 쉽다. 일단 과도한 업무로 지친 심신을 달래라. 여성들은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므로 피부 관리나 다이어트에도 신경 써라.

[6] ▽‘시테크’가 관건이다=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회사 다닐 때 그랬던 것처럼 수첩에 일정을 메모하는 습관을 유지해라.

[7] ▽공부, 또 공부해라=35세가 넘은 여성을 찾는 기업은 ‘전문성’에 주목한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의 지식을 책이나 학원, 동호회 등을 통해 얻어라. 잘 알려진 교육기관에 다니면 재취업 시 도움이 되기도 한다.

[8] ▽사람들을 붙잡아라=일할 때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사람 챙길 시간이 많아졌을 테니 부지런히 만나 정보력을 유지하자. 메신저 등 인터넷을 활용한 인간관계도 효과적이다.

[9] ▽헤드헌터와 만나라. 공짜다=사표를 내기 전 헤드헌터와 만나 경력 관리와 재충전 시기를 보내는 법에 대해 상담하라. 재취업을 원하는 경우엔 더욱 필요하다. 취업 희망 6개월 전에 이력서를 보내는 것이 좋다.

[10] ▽가능하다면, 외국에 나가라=국제적인 감각이나 정보 수집 능력이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정보들이 모여 있는 도시로 가라.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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