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오마케팅그룹  이주형 컨설턴트

 

 

세스 고딘(Seth Godin)의 『Purple Cow』는 지난해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케팅 서적이자 2003년에 출간된 모든 신간 도서 가운데 판매량 35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다.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비즈니스위크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아마존 '독자가 뽑은 최고의 책'(Amazon.com Best Books of 2003: Top 50 Customers' Favorites 48위)에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Purple Cow』는 그토록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을까? 『Purple Cow』의 책 내용이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해서 많이 팔렸다는 분석은 잠깐 접어 두시라. 책 내용이 좋다고 해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베스트셀러 만들지 못할 출판사나 저자가 어디 있겠는가. 『Purple Cow』가 그렇게 성공한 데에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 마케팅


필자가 지난해 9월 '마케팅 서적을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라는 사례 연구를 통해 소개했던 것처럼 세스 고딘은 『Purple Cow』 출간 이전부터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한 마케팅 노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스 고딘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2003년 2월호에 『Purple Cow』 발췌 요약본을 싣고, 배송료 5달러를 송금하는 독자에게 미출간 『Purple Cow』를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독자들로부터 바로 반응이 왔다. 칼럼이 게재된 지 3일 만에 준비한 5,000권이 모두 매진된 것이다.

그런데 단돈 5달러에 배송된 『Purple Cow』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책이 아니었다. 세스 고딘은 책에서 주장한 리마커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랏빛 우유 팩'에 책을 담아 보냈는데, 이러한 전략이 완벽하게 적중했다. eBay에 『Purple Cow』가 경매 물품으로 올라가고, '보랏빛 우유 팩'에 담긴 『Purple Cow』를 추가로 구매하고 싶다는 메일이 미국 전역에서 날아온 것이다.

여기서 세스 고딘의 기지가 다시 한번 발휘된다. 그는 추가 구매 희망자에게 다음과 같이 알린다. "제 책은 앞으로 3개월 뒤에 정식 출판됩니다. 그 전에는 아마존을 포함해 어디서도 구매할 수 없습니다. 단, 주변에 이 책을 선물하고자 하는 분들에 한해 12권(!)을 팩으로 묶어서 60달러에 판매합니다." 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상당히 위험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16일 만에 나머지 5,000권이 모두 매진되는 것으로 그 정당성이 증명됐다.

 

이러한 사전 마케팅 활동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게 있었다. 바로 세스 고딘이 운영하는 Purple Cow 홈페이지(www.apurplecow.com)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를 개봉할 때면 각종 이벤트와 함께 화려한 홈페이지를 오픈하곤 하는데, 세스 고딘의 경우 새로운 책을 낼 때마다 해당 책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Purple Cow 공식 홈페이지는 책에 대한 단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무료로 읽을 수 있는 보너스 챕터, 공짜로 받아볼 수 있는 e-book 등을 제공하면서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스 고딘은 또한 『Purple Cow』 정식 출판본이 나오던 2003년 5월 8일 『99 Cows』라는 제목의 e-book을 전격 공개했다. 이 119 페이지짜리 pdf 파일에는 퍼플 카우 99가지 사례가 정리돼 있는데, 누구나 자유롭게 공유하거나 배포할 수 있었다. (아마존에서 9.99달러에 판매되는 유료 버전의 경우 그 수익금 전액이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세스 고딘은 뉴욕 교외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퍼플 카우 워크숍'도 개최했다. 이 워크숍의 참가 조건이 재미있는데, 참가비 800달러를 내는 대신 『Purple Cow』 25권(!)만 사면 무료 참가의 특전이 주어졌다. 연간 3~4회 열리는 이 워크숍에는 다양한 분야의 '퍼플 카우 매니아'들이 매회 30~40명 정도 참가했다. (필자도 작년 6월 이 워크숍에 참가해 그 뜨거운 열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Purple Cow』의 마케팅 이야기이다. 세스 고딘의 마케팅 활동은 기존의 출판 마케팅 관행과 비교할 때 충분히 리마커블한 노력이었고, 숱한 화젯거리를 퍼뜨리면서 책 판매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진짜 끝은 그게 아니었다. 『Purple Cow』의 성공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마케팅의 숨은 주역들이 있었다.

 

Purple Cow 베스트셀러 만들기의 숨은 주역


2003년 4월 『Purple Cow』의 출간을 1개월 여 앞두고 있던 펭귄 그룹(Penguin Group) 산하 포트폴리오(Portfolio) 출판사는 신생 마케팅 에이전시 버즈에이전트(BzzAgent)에 입소문 마케팅을 의뢰한다. 펭귄 그룹은 2002년 7월 소설 『The Frog King』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버즈에이전트와 함께 진행한 이후 기대 이상의 성과에 고무되어 자사의 책 9권에 대해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벌이기로 2003년 연간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였다. 미국 전역에서 926명이 참가한 Purple Cow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의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기존 세스 고딘 팬들의 열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새로운 세스 고딘 팬을 육성한다.
서점들이 『Purple Cow』를 사전에 많이 주문하도록 유도한다.
서점 직원은 물론이고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대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목표 아래 미국 전역의 캠페인 참가자들에게 '버즈키트(BzzKit)'라고 불리는 캠페인 패키지가 배송됐다. 버즈키트에는 정식 양장본 『Purple Cow』 1권과 함께 책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담은 캠페인 안내서, 캠페인 참가자로서 준수해야 할 사항이 담긴 행동 규범(code of conduct), 권장 입소문 활동이 상세하게 정리된 목록(activity list)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입소문 활동 목록 가운데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Purple Cow』를 회사에 가져가서 동료들과 돌려보고,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나 프로젝트 팀 회의가 있을 때 세스 고딘의 메시지를 소개하도록 권유했다. 또
   한 버즈키트에 포함된 Purple Cow 포스터를 책상 앞에 붙여서, 지나가는 동료
   나 고객들이 포스터를 보고 『Purple Cow』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시작
   하도록 유도했다.
서점들이 출간일 이전에 사전 주문을 많이 하도록 하기 위해 캠페인 참가자들이
   서점 직원에게 『Purple Cow』에 대해 많이 물어보도록 권장했다.

업무 현장이야말로 Purple Cow 컨셉과 리마커블 마케팅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 Purple Cow 컨셉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유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캠페인 참가자들의 고객들도 Purple Cow 철학을 받

   아들이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Purple Cow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 버즈키트 내용물

 

 

  

Purple Cow 입소문 마케팅의 성과


이상과 같이 진행된 버즈에이전트의 Purple Cow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은 저자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한 마케팅 활동과 더불어 시장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Purple Cow』는 2003년 5월 8일 정식 출간되기도 전에 2쇄 인쇄에 돌입했으며, 발간 1주 만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름으로써 출판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포트폴리오 출판사는 발간 4주 만에 5쇄를 찍었다.

또한 입소문 활동을 수행한 캠페인 참가자(active agent) 가운데 47%가 Purple Cow의 열성적인 '고객 전도사(customer evangelist)'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Purple Cow』에 대한 입소문을 계속 낼 것이라고 응답한 참가자가 78%에 이르렀다.

출판 마케팅, 언제까지 예산 타령만 할 것인가?


세스 고딘이 위에서 소개한 리마커블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얼마나 돈이 들었을까? 필자가 지난해 Purple Cow 워크숍 당시 세스 고딘에게 직접 들은 바에 따르면, 5달러만 받고 보랏빛 우유 팩에 페이퍼백 『Purple Cow』를 담아 보낸 일도 전혀 손해를 보지 않았으며, Purple Cow 홈페이지를 제작하거나 e-book 『99 Cows』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것도 그다지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Purple Cow』 25권을 구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열었던 워크숍 역시 간단한 스낵과 점심 비용을 제외하고는 별로 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

버즈에이전트에게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의뢰했던 포트폴리오 출판사의 경우는 어땠을까? 포트폴리오 발행인 애드리안 잭하임(Adrian Zackheim)은 지난해 필자와의 만남에서, 신문이나 잡지 광고 같은 기존의 마케팅 방법과 비교할 때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 효과를 감안할 때 그 정도의 투자는 당연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실정은 어떤가? 필자가 출판사 관계자 분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영세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쓸 수 있는 예산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나 정작 저렴한 비용의 새로운 마케팅 방안이 있다 해도 과연 그 분들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시도할지는 의문이다.

세스 고딘은 『Purple Cow』에서 "가장 위험한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출판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퍼플 카우가 되기 위해 위험한 길을 선택할 용기가 있는가? 혹시 과거부터 내려온 검증되고 '안전한 길'을 따라 적당히 좋은 책 만들어, 적당히 잘 광고해서, 대박이 터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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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컨설턴트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카드 국제파트와 IDC Korea 애널리스트를 거쳐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루루커뮤니케이션즈에서 국내외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았다. 2003년 6월 콜레오마케팅그룹을 설립하여 컨설턴트 및 전략기획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SERI 입소문마케팅연구회의 시삽으로도 활동하고 있다.walt@coleomarketing.com                                                                                                                                

 

 

출처 : 입소문 마케팅
글쓴이 : 민나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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