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또는 '사용자가 직접 창작한 콘텐츠'
최근 들어 인터넷 관련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에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있다. 보통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또는 만든) 콘텐츠"로 번역된다. 원래는 몇 년 전부터 포탈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업계에서만 쓰이는 '업계용어'였는데 최근에는 인터넷, 특히 웹 서비스에 있어서의 사용자 직접 참여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마치 신조어처럼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이 용어가 생긴 시점이나 연원은 알지 못한다. 바쁜 업무 중에 짧고 쉽게 부르기 위한 필요에서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당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하지만 이 용어를 분석해 보면 현재의 인터넷 서비스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시사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User Created Contents' 중 'User'를 보자.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User 즉, [서비스] 사용자는 UCC가 전제하고 있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용자'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콘텐츠를 사용하는 수용 중심의 사용자'로 나눌 수 있다. 물론 한 사용자가 양쪽 모두에 속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여러 통계 자료들을 참고해 보았을 때 전자의 경우가 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이렇게 보았을 때 UCC란 용어는 후자의 수용 중심의 사용자는 배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용 중심의 사용자들은 UCC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Create'는 창조하다, 창작하다, 야기하다로 번역할 수 있고 문맥상 '창작하다'가 가장 적합한 단어라고 본다. 창작은 "1. (방안•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또는 그 방안이나 물건 2.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만들거나 표현하는 일, 또는 그 작품"이다. UCC에서 창작의 의미가 이렇다면 사용자들이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콘텐츠들, 예를 들자면 책이나 기타 매체에서 인용한 콘텐츠, 스크랩한 콘텐츠, 정보성과 광고성의 경계가 불명확한 콘텐츠, 다른 사람들의 것을 적절히 뒤섞어 편집 또는 리믹스한 콘텐츠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정의 내리고 불러야 할까? 이 부분 역시 현재의 서비스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맥락 아래에서의 '창작'이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의 또는 대체가 없는 한 서비스 내에서의 개념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셋째로, 'Contents'는 발음 그대로 '콘텐츠'로 사용되기 시작한 지가 꽤 되었다. 국어사전에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 또는 그 내용"이라고 그 분야를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에 한정시켜 두었다. 원래 content는 일반적인 '내용(물)'이라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논의의 범위를 국어사전의 의미에 한정하겠다. 통상적으로 '이것이 UCC이다'라고 지칭할 때는 그 서비스의 주목적이 되는 콘텐츠를 가리킨다. 즉, 블로그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저장한 글, 사진, 멀티미디어 파일 등이고, 카페에서는 여러 게시판이나 자료실에 사용자가 저장한 글, 사진, 멀티미디어 파일 등이 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콘텐츠에 포함되는 대상의 범위를 주목적이 되는 콘텐츠 이외의 것으로 확장시키자는 것이다. 포함 대상은 이렇다.

내용 요소: 댓글(답글), 트랙백, 투표 참여 결과, 태그, 검색 질의어 등
관계 요소: 친구 관계, 구독자 관계 등
수치 요소: 댓글수, 트랙백수, 투표수, 추천수, 조회수, 태그수, 검색 질의어수, 관계수 등
시간 요소: 위의 것들이 발생한 시각, 추이 등
이것들의 공통점을 설명하자면 '네트워킹 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부수적으로 만든 또는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위 요소들 중 수치 요소나 시간 요소는 기존에는 메타 데이터(meta data)로 분류하던 것들이다. 이것들은 주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행태를 분석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로 사용되었는데, 앞으로 기존 서비스들과의 질적인 차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데이터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을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에 포함시킬 수 있는 근거는, 사용자들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여도 네트워크 상에서의 사용자의 직접적인 행위(문자열 입력, 클릭, 대기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수용 중심의 사용자에 대한 고려, 창작 개념의 재정의 또는 대체, 콘텐츠 개념의 확장을 제안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개념에 대한 명확하고 현실적인 정의를 위한 것이고, 둘째는 그렇게 만들어진 현실에 부합하는 개념들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고, 셋째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사용자의 역할과 비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인터넷 서비스의 트렌드가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내는 콘텐츠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서비스 공급 업체는 UCC 외에도 스스로 비용을 투자하여 수용 중심의 사용자들도 만족하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도하게 UCC에만 의존하려는 정책은 여러 방법을 통하여 사용자들에게 직접 콘텐츠 만들기를 은연중에 강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그 비용을 사용자들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소비 노동'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다시 설명해 보려고 한다.) 또, 콘텐츠 개념을 확장함으로써 기존 개념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하여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이 그 서비스가 작동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변화된 관점을 갖고, 그것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강한 주장만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서비스 제작과 운영 실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매일 부딪히는 문제를 스스로 정리하고, 개념으로 만들고, 이론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고이다. 저널리즘적인 접근과 아카데믹한 배경만을 가지고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해법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hochan at 2006.02.03 02:5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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