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별전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Rhapsody in Video)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특별 전시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은 한국방송 80년을 기념하는 백남준 특별전이자 작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바치는 헌정 추모전으로 마련되었다. 광시곡이라는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장엄한 스펙터클과 시적 환상을 과시하는 1990년대 멀티모니터 작품들로 구성된다. 10미터 길이에 166개의 모니터가 달린 전자 <거북>(1993)을 비롯해 30여점의 중대형 출품작들이 500여개의 모니터로부터 동시다발적이고 변화무쌍한 영상들을 송출하며 환상적이고 영웅적인 비디오광시곡을 연주한다.
백남준의 광시곡은 내용적으로도 민족적 대서시로서의 광시곡 미학을 공유한다. 즉 코스모폴리탄 작가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도 결코 모국과의 정신적 끈을 놓지 않았던 그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한국정서와 동양사상의 뿌리가 광시곡 유추를 정당화시킨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음악적 제목은 비디오아트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기 이전 쉔베르크에 심취하고 다수의 전위적 행위음악을 작곡, 연주했던 청년 백남준의 음악적 배경을 암시하기도 한다. 또한 狂詩를 光時라는 언어적 ‘펀’으로 대치시킬 때 빛과 시간의 예술이라는 비디오아트의 장르적 의미가 강조되기도 한다.
1990년대 멀티모니터 작품들과 함께 이번 전시의 중요한 개념적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작품군이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시작해서 1986년<바이바이 키플링>과 1988년 <손에 손잡고>로 완결되는 위성삼부작이다. 이는 텔레비전 방송, 비디오아트, 퍼포먼스가 결합되고, 예술과 유흥, 미술과 음악과 스포츠가 혼재하는 멀티미디어 축전이 위성을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된 역사적인 방송 프로젝트였다. 이 세계적 방송 프로젝트에 KBS가 중요 스테이션으로 참여함으로써 백남준과 KBS의 공식 인연이 맺어지는데, 이런 맥락에서 KBS가 80주년 기념행사로 백남준을 초대한 것은 일면 당연하면서도 뜻 깊은 일이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거북
거북은 토끼와 함께 백남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적 모티프이다. 토끼가 유라시안 기마 민족의 역동성과 생존력을 상징한다면 거북은 한국인에게 장수, 불사, 다산을 표상하는 대표적인 전설적 동물로 민족적 함의를 갖는다. 그러나 주제적 내용보다 일차적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10미터 길이의 거북이라는 스케일상의 과대함이다. 관객은 거북이라는 친밀한 주제를 과장된 크기로 재현한 낯설음으로 인해 친숙하면서도 기이한 엇갈리는 감흥을 경험하며 환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166개의 모니터로 거북을 재현한 이 비디오 조각은 자연과 기술, 동양정신과 서양문물의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반영하는 대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이미 세상을 떠난 지금 장수 거북을 주제화한 이 기념비적 작품에서 거북의 민속적 의미와 함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경구를 되새기게 된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비디오벽
94개의 TV모니터들로 이루어진 가로 9.6미터, 세로 3.3미터의 거대한 비디오 벽체가 모차르트, 존 케이지, 레이비드 브라운, 요셉 보이스 등의 영상을 송출한다. 백남준의 비디오 벽은 수많은 동영상 이미지로 구성된 움직이는 벽화로,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동영상의 조합과 분열이 프랙탈적 장관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지각경험을 제공한다. 그가 장담하였듯, 캔버스 그림을 대치할 것이라는 브라운관 예술이 키네틱 벽화를 통해 그 효과를 만개시킨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TV침대
엔틱 베드에 18개 TV모니터를 이용한 는 1972년 원작을 1991년에 재제작한 작품이다. 자신의 에로티카 파트너 샤롯 무어맨의 휴식을 위해 만든 비디오 조각이자 무어맨이 누워서 TV첼로를 연주하도록 만든 퍼포먼스 작품이기도 하다. 침대라는 모티프가 제시하듯이, 작가는 일상과 예술을 접목하는 삶의 예술의 철학 속에서 에로티즘, 섹슈얼리티와 같은 인간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그의 에로티즘은 새롭고 대담한 방식으로 관객에게 충격을 가함으로써 소통성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형식적 특성과 미학적 의미를 갖는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해왕성
<태양>, <수성>, <목성> 등 행성 연작 중 하나로 명왕성을 주제로 한 작품은 우주의 역동적 에너지를 가시화하듯 만다라 원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16개의 모니터에서 분출되는 우주적 이미지를 통해 별들과 별들의 소통을 참여TV의 최종목표로 설정한 작가의 “일렉트로닉 수퍼하이웨이”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인플럭스 하우스
1993년 52대의 텔레비전 수상기로 제작한 비디오 건축이자 미디어 전당. 뉴욕 도심지 타임스퀘어로부터 교외의 가정에 이르기 까지 공적이고 사적인 영역 모두에서 엄청나게 공세하는 미디어의 습격을 고발하는 동시에 정보 사회의 미래적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1950년대 초기 라디오와 텔레비전 수상기로 플럭서스 활동의 맥락에서 제작한 <홈 엔터테인먼트 센터>(Home Entertainment Centers)에 기반한 작품으로 모니터를 통해서 플럭서스 퍼포먼스 이미지들이 다채롭게 편집되어 나온다. 레이저 디스크의 뒷면을 이용해 만든 무지개빛의 반짝거리는 지붕이 백남준의 재치 있는 조형감각을 엿보게 한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TV튤립
멀티모니터 동영상을 컴퓨터 출력 이미지로 대치시킨 2차원적 비디오 벽면 작품이다. 3차원적 사물을 2차원으로 재현한다는 변치않는 미술의 화두를 비디오 언어로 풀이하듯, A4 크기의 100개의 튤립 출력이미지와 동영상을 병치시키고 있다. 동시에 [TV정원(TV Garden)](1974), [물고기가 하늘을 날다(Fish Flies on Sky)](1975) 등과 마찬가지로 식물, 꽃과 같은 자연적 모티프를 사용함으로써 비디오 기술을 인간화 하려는 작가의 인간주의와 자연주의 감성이 돋보인다.
▲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중 비디오 스쿠터
스쿠터를 의인화한 <비디오 스쿠터>는 실제 스쿠터와 20개의 TV를 결합하여 만든 비디오 조각으로 바닥에 놓인 TV화면에서는 도로 이미지가 송출된다. 산수탉과 실물 오토바이를 무대 위에 등장시킴으로써 생음악을 연주했던 초기 행위음악의 비디오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전자음악을 전자비전으로 확장시킨 백남준 비디오의 태동 배경을 감지할 수 있다.
▲ 백남준 비디와 광시곡 중 자화상
1950년대에 만들어진 텔레비전 브라운관 속에는 백남준과 인연 깊은 오브제들이 하나 가득 들어있다. 하나씩 꼼꼼히 살펴보자. 한 가운데에 백남준의 얼굴을 청동으로 떠낸 마스크가 있고, 그 얼굴은 TV안경을 쓰고 있다. 불상과 자석, 피아노, 껍질을 벗겨낸 비디오테이프, 시계, 그리고 '혁명'이란 단어도 강하게 와 닿는다. 자신이 애용했던 다양한 오브제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 부은 방식은 백남준의 비빔밥 정신과 닮아있다. 동시에 온갖 일상의 소도구들이 담긴 이 작품은 이동할 때면 한 장의 보자기 속에 사물을 모두 쓸어 넣는 한민족의 보자기 정신과도 통한다.
출처 : KBS 특별전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롤러 曰 :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매체미술의 대가 백남준.
싱거운 인생을 조금 더 짭짤하고, 재밌게 만드는게 예술 활동을 하는 목적이라던
그의 자유분방한 어록이 생각난다.
옳거니!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 전시회 놓치면 후회할지도.
뜨거운 여름에 시작한 전시회는 12월 30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막상 크리스마스가 되면 할일이 없거나, 작년처럼 잔잔하게 보낼 심산이라면
고독을 즐길 겸 혼자 백남준 비디오 광시곡에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터.
날 얼떨떨하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백남준의 한마디, 기대하겠어!!!!!!!
출처 : R.U.Ready to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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