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역인지 기억은 없지만 닫히는 지하철 문 사이로 한 여인이 호들갑스럽게 올라탔습니다.
요란한 소리에 전 책을 읽다 말고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못생긴 얼굴(?)을 보고 저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화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뛰어난 화장기술로 15분쯤 후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있었습니다.
지하철 안에 예쁜 여우가 한 마리 늘어난 것이죠. 그녀의 손거울 안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사람들은 그냥 풍경의 하나일 뿐.
보기 싫은 것을 봐야만 하는 다른 이들의 괴로움을 그녀는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무심하고 예의 없는 태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아무리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었어도 겉만 번지르르하게 바뀐 그녀를 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골퍼 중에도 이와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신년 골프 대회에서 삼류 골퍼의 표본을 보았습니다.
라운드 중인 S 씨가 3퍼트에 화가 나 그만 볼을 발로 차버린 것입니다. 같이 라운드를 하던 전(前) 아마추어 골프 챔피언은 어리벙벙한 표정이었고 주변은 일순간 썰렁해졌습니다. S 씨는 이내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해야 소용이 없었습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평소 젠틀하다는 소리를 듣던 그의 인격은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습니다.
“S 씨 생각보다 성질이 급하시군요.”전(前) 아마추어 챔피언은 타이르는 듯한 한마디를 남기고 홀 아웃 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필드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자존심도 수치심도 없이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던 그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골프는 다릅니다.
4명의 플레이어가 엄격한 매너와 룰을 가지고 라운드를 하는 골프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스포츠 중의 하나입니다.
평소 점잖았던 S 씨도 전(前) 아마추어 챔피언과의 플레이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볼을 발로 차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겠죠. 이해는 됩니다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그 무례한 S 씨가 바로 접니다. 그 이후 저는 골프 실력은 좀 떨어져도 예의를 아는 골퍼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시마쿠치 노부요시
(골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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