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다시 찾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요.’

‘죽도록 사랑한 그녀, 딱 한번만 보고 싶습니다….’

 



동창회 사이트나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예전의 그(녀)를 찾아다니고,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동원해 옛날 애인을 찾는 일들이 주변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아예 이혼한 부부가 그야말로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도 예전보다 훨씬 늘고 있다. 영화배우 이미연이 전남편 김승우와 친구처럼 지낸다고 얘기하는 것도 그런 예. 재혼 전문 회사 ‘온리유’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의 10%이상이 친구 혹은 애인처럼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나 재산 문제로 업무상이나마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는 커플은 40%나 됐다.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추적, X보이프렌드(ex-boyfriend·전 남자친구)’가 최근 젊은층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 중 하나.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여인데, 벌써 200여명의 시청자가 각종 사연을 보내왔다. 사연 소개남(녀)들은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2위에 오르내릴 정도로 인기다. 왜 그들은 ‘옛’ 남녀를 찾아 나서는가.

◆일종의 정서적인 퇴행 과정

전문가들은 과거의 사랑을 찾는 건 일종의 도피, 심하게 말해선 ‘퇴행’ 단계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아이들이 욕구불만이나 정서불안 등을 겪고 있을 때 유아기 시절에서나 보이던 행동을 하듯, 어른들도 현재의 상황에 불만족스러울 때 정서적인 퇴행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는 자연스럽게 잊을 수 있다”며 “과거 그 시절이 현재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에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혼한 그와 그녀, 왜 다시 만날까

요즘엔 ‘엑스 와이프와 친구처럼 지낸다’ ‘전 남편이 오히려 좋은 친구’라는 사람들도 적잖게 ‘목격’된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많은 경우 남자들이 예전 부인을 만날 경우, 그 ‘헤어짐’이 충분한 합의가 안됐을 경우가 상당수”라며 “특히 예전 부인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환경에 놓였을 때 최소한 ‘아이들 엄마’의 지위를 부여해 해결해줘야 하는 책임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현재 부인과의 관계에 있다. 김 박사는 “분명 그런 사람들은 현재 부인과의 관계에서 무언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회피하기 위해 과거의 여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아직 둘 다 재혼하지 않은 경우라면 ‘어설픈 이혼’이었을 경우가 상당수다. 이혼을 부인이 요구한 경우라면 남자는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접근하기 쉽고, 남편이 요구했다면 과거의 결정에 대해 현재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도 적잖다는 설명이다.

◆가면 속 페르소나(persona)를 벗게 해준다

옛 사람과의 만남이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특히 힘들고 찌든 생활 속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과거 사람과의 애틋한 사랑이라는 설명.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은 “아련한 과거를 되새기면서, 사회 생활 하면서 숨겨놨던 순수한 감정이 되살아나는 걸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나의 이면까지 모두 알고 있는 ‘과거의 그 사람’ 앞에선 손쉽게 외피를 벗어던질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혼한 부부들의 경우 ‘대화가 통한다’는 측면에서 서로를 찾기 쉽다.연애의 정석’의 저자 송창민씨는 “한 집안에 살면 사사건건 충돌하다가도 서로 거리를 둘 때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커플이 적지 않았다”며 “사랑은 식었지만 정이 남아있는 경우나, 상대가 내 얘기를 완벽히 이해해줄 때 ‘옛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혹시 당신은 상처 중독자?

황상민 교수는 “헤어진 사람들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과거의 상처가 치유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어느 순간 상처 입은 기억이 되살아날 경우 이전보다 몇 배 실망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창민씨는 “과거의 상처보다는 현재 상황의 불만족, 외로움 등이 더욱 클 때 과거의 연인에게 눈을 돌리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옛 연인을 다시 만나 현실을 직시했을 땐 이미 또 다시 상처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과거의 그 사람’을 피하라

1. 과도한 스킨십을 요구할 경우

…과거의 연인인 경우 스킨십의 진전 단계를 생략하기 쉽기 때문에, 금세 육체 관계에 빠지기 쉽다. 목적 자체가 재회가 아니고,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것이라면, 그런 사람은 뒤도 안 돌아보고 버려야 한다.

2. 자신의 고칠 수 없는 단점과 충돌해 헤어졌던 경우

…어차피 한 번 헤어졌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헤어질 때 충격이 참을 만했다는 방증인데, 그렇다 해도 자신의 치부 혹은 고질적인 단점을 건드릴 경우 예전처럼 다시 폭발할 수 있다.

3. 술 먹었을 때만 찾는 사람

…이성이 그만큼 마비되기 때문에, 술 먹고 난 뒤 전화를 하거나, 사람을 부를 때는 감정 조절을 못한 상황이 대부분이다. 물론 감성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진심으로 그 사람이 보고 싶어 연락했을 경우도 많지만, 술 깨고 난 뒤에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4. 집착 때문에 헤어졌던 경우

…어느 한쪽에라도 흔히 말하는 스토커 기질이 있을 때는 만남을 피해야 한다. 폭력을 행사했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깊은 상처로 남은 경우, 나중에 그 상처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최보윤 기자 spica@chosun.com]

 

 

황금색 장미가 상징인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랑콤(Lancome). 지난해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기업 랑콤에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30대 여성인 오딜 루졸(Odile Roujol·38·사진)이 입사 11년 만에 랑콤 인터내셔널 CEO에 오른 것이다. 루졸 사장은 부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다시 CEO로 올라, 초고속 승진 기록을 세웠다.

루졸 사장은 프랑스의 유명한 MBA(경영대학원)인 HEC를 졸업한 뒤 부르조아와 이브생로랑 등 화장품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지난 96년 랑콤에 합류한 뒤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두루 거치면서 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중년 여성을 겨냥한 노화방지 제품 ‘압솔뤼’와 아시아 여성을 위한 미백 제품인 ‘블랑 엑스퍼트’를 출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스카라 제품 개발을 진두 지휘했고, 특히 유럽이나 미국 여성만큼 마스카라를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도 마스카라 시장을 크게 확대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전 세계 165개국의 랑콤 브랜드를 책임지고 있는 루졸 사장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루졸 사장은 자신이 초고속 승진할 수 있었던 비결

‘CEO가 되기 위한 필요 충분 요소를 충족시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철저함, 역동성,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능력, 판단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능력을 다 갖췄다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어느 정도 갖췄기에 CEO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도 매일 매일 새로운 눈으로 브랜드를 보려고 노력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려 한다”면서 “소비자의 눈으로 생각하기 위해 화장품 매장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밝혔다.

루졸 사장은 “최근에는 인도와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것처럼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랑콤이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랑콤을 젊은 이미지로 만드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이기도 한 루졸 사장은 “솔직히 랑콤 CEO로 임명됐을 때 가사와 회사 일을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두 가지 일을 잘하기 위해선 시간과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랑콤은 1935년 프랑스의 조향사(향기제조자)이자 미용전문가인 아르망 프티장이 세운 회사로,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는 세계 고급 화장품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현재 고급 화장품 업계 1위인 랑콤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티 에이징(피부노화방지) 분야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체 스킨케어(피부관리) 시장에서 20%에 달하는 남성 화장품 시장을 위해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졸 사장은 한국 소비자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한국 여성의 미용 습관은 세계 최고일 것”이라면서 “한국 여성은 얼굴에 보통 7가지 제품을 바를 정도로 미용 습관이 가장 세련된 소비자”라고 말했다.

그는 “‘꿈만 좇는 사람은 현실을 잃게 된다’는 격언이 있다”면서 “CEO가 되기를 꿈꾸기보다 CEO가 되기 위해 아무리 작은 목표라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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