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굽이 돌아가는 길’,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수록 詩
한계선
박노해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
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
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
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地境을 넓혀가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한계선’,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원본출처:박노해의 숨고르기 - 굽이 돌아가는 길 (nanum.com)
'도서관련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이문열의 삼국지(개정판) (0) | 2020.09.28 |
---|---|
[스크랩]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0) | 2020.07.11 |
[스크랩]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0) | 2020.05.16 |
[스크랩]부자의 인간관계 (0) | 2019.11.29 |
[스크랩]시작의 기술 (0) | 2019.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