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남훈, 장동인 지음
출판사:쌤앤파커스 2010.09.01
판형 a5 / 페이지수 292
"똑똑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
<삼국지(三國志)>에 등장하는 유장의 참모 장송. 익주를 정복할 수 있는 1급 비책을 알았던 그는 남몰래 각각 조조와 유비를 만나 자신의 주군을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정한 영웅이 세상을 평정해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듣자하니 조조는 똑똑한 것을 넘어 간교하기까지 하다 했으며, 유비는 인덕이 있으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어쨌든 만나보자, 장송은 만난 후에 결정하리라 마음먹었다. 산과 강이 굽이굽이 펼쳐져 난공불락에 가까운 익주, 그곳으로 단숨에 진격해 들어갈 수 있는 보물과도 같은 지도를 고이 접으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으니, 곧 장송의 외모다. 이마는 뭉툭, 머리는 뾰족, 코는 삐뚤, 목소리는 꺼끌. 거기다가 치아는 앞으로 툭 튀어 나왔으니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천한 하인이나 짐꾼으로 보이기 딱 알맞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외모로는 도저히 가늠하기 어려운 뛰어난 기억력과 언변, 그리고 상대의 심리를 꿰뚫는 심미안이 있었다.
먼저 조조와 대면한 장송. 그가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없는 조조는 외모만 보고 장송을 혹독하게 대했다.
"예의도 모르는 무례한 놈, 죄는 묻지 않을 터이니 썩 물러가라!"
"이런 막돼먹은 놈."
"나를 거역하는 놈들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알겠나, 장송?"
"저놈의 목을 쳐라!"
물론 조조와 장송 사이에 몇 가지 논쟁이 있어서 이런 말들이 나오긴 했겠지만, 어쨌든 장송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영웅인 줄 알았던 조조가 알고보니 '오만 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는 조용히 조조의 진영을 떠나면서 속삭였다. '조조, 네놈은 절대로 익주를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 코스는 유비였다. 그런데 자신을 맞아주는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조자룡이, 관운장이, 공명이 마중을 나오고 거나한 술자리가 벌어졌다. 틈을 보아 익주 문제를 꺼냈지만 유비는 끝까지 겸손으로 일관했다.
"제가 무슨 덕이 있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땅을 바라겠습니까?"
"저더러 왕의 자리에 오르라고요? 거, 너무 지나친 말씀을!"
"허, 참, 제갈공명께서도 더 이상 익주에 대해서는 말씀 마시게."
"제가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뜻은 감사하지만..."
"언제 한번 가르침을 받을 날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송은 유비가 보여준 일련의 태도를 보면서 결국 자신의 '보물'을 줄 결심을 하게 된다. '유현덕이 이처럼 선비를 관대하고 어질게 대하는데 내가 어찌 버리고 그냥 갈 수 있겠는가? 그를 달래어 익주를 취하도록 하리라.'
조금 웃길지 모르겠지만, 이제 장송은 오히려 유비를 '달래기'시작했다. 정작 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면서, 그 보물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설득해서 자신의 보물을 주려고 애쓴 것이다.
장송이 보물을 나눠줄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 그 결정적인 기준은 바로 '겸손'이었다. 자신을 박대하고 무시하는 사람에게 보물을 줄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그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보물'이기에 더욱 그렇다.
직장인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능력? 자질? 아니다. 능력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황당한 대답이겠지만, 회사에서 '키울 녀석'이라고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능력이 아닌 '겸손'이다. 이것을 모르면 자기 능력의 반만큼도성공할 수 없다. 그게 세상 이치다.
'똑똑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 똑똑할수록 상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왠지 상사가 허점투성이일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뭔가 좀 어설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상사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들이 '상사'라는 것, 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가 그 똑똑함을 증명한다. 게다가 그 똑똑한 사람들은 심지어 예민하기까지 하다. 슬쩍 지나가는 한마디에도 그 이면을 생각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거나 비꼬는 듯한 말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한다. 이 녀석에게는 절대로 보물을 주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속으로 '너는 끝났다'라고 속삭인다. 조조를 떠나는 장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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