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평 아파트에도 4베이, 한 집에 두 가구 거주…'.
아파트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아파트 평면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보통 24평, 33평 아파트 평면은 아파트 브랜드에 상관없이 대체로 비슷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죽은 공간을 찾아내 틈새 평면을 개발하거나, 같은 평수라도 수요자 취향에 따라 공간을 다르게 설계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경기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당 평균 주택형 수는 지난 2006년 4.3개에서 지난해 8개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분양 물량이 몰린 올해에는 건설사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택 유형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 전망이다.
지난해 6월 삼성물산이 분양한 '래미안 위례신도시'는 전용면적 99~134㎡에 구성된 평면 유형만 18개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전용 99㎡와 110㎡로 구성된 '위례 힐스테이트'에 45개 유형의 평면 설계를 마련해 입주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공해 주기로 했다. 수요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허경태 삼성물산 주택디자인팀 담당 차장은 "실거주 목적의 수요자가 늘면서 실용적인 공간 활용에 초점을 두고 평면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GS건설이 동탄센트럴자이에 적용한 테라스형 저층부 가구(전용 84㎡(33평) 복층).
↑ (위)동탄2신도시 신안인스빌리베라2차 4베이형(전용 59㎡, 24평), (아래)서울 용두롯데캐슬리치 2가구 부분임대형 평면(전용 114㎡, 40평대).
1. 남향이 좋아, 다베이(多-bay)
아파트 평면 진화가 거듭되는 가운데 가장 대중화된 평면은 '다베이(多-bay)형'이다. '베이'는 전면 발코니에 접하고 있는 방이나 거실의 개수를 뜻한다. 베이가 많을수록, 즉 전면 발코니에 거실과 방이 많이 배치될수록 채광이나 환풍에 유리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안방과 거실 정도만 남향에 배치되는 2베이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따라 나머지 방들은 북향으로 위치해 햇볕이 잘 안 드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채광이 좋은 남향을 유난히 선호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전면 발코니 쪽으로 얼마나 많은 방을 배치하느냐가 분양 성패의 관건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용 85㎡대의 아파트들이 2베이에서 3베이로, 다시 4베이로 변하기 시작했고 발코니 등 서비스 면적이 넓어지면서 체감 면적이 늘어났다.
설계 기술이 발달하면서 2000년 후반에 들어서는 전용 60㎡ 미만에도 3베이가 적용됐다. 전용 84㎡에서 'ㄱ' 자로 설계돼 5베이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도 나왔다. 최근에는 전용 84㎡에서 4베이, 4.5베이, 5베이까지 다양한 베이뿐 아니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평면도 속속 등장했다.
롯데건설이 2월 분양한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전용 84A타입은 전용면적 84㎡에 불과하지만 4베이 구조를 적용하면서 서비스 공간이 약 40㎡까지 추가됐다.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전용면적의 최대 절반가량이 넓어진 덕분이다.
베이확장형의 경우 평면이 길수록 발코니 면적도 넓어 확장에 따른 이득도 크다. 반면 긴 평면에 비해 폭은 좁아지기 때문에 방의 크기가 줄어들고 동선이 협소해지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2. 한집 두 가구, 부분임대형
한 아파트에서 두 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부분임대형) 평면도 분양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아파트 일부 공간을 나눠 현관과 주방, 화장실 등을 별도로 마련해 임대수익이나 2가구 동거가족의 거주공간을 분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아파트를 말한다.
원래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미분양된 대형 아파트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다. 중소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고 대형 평수를 부담스러워하는 수요자가 많아지자 건설사로선 부분임대를 통해 수요자를 끌어오려 한 것.
최근에는 건설사마다 새로운 평면 개발에 나서면서 전용 59~84㎡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다양한 세대분리형 평면을 흔히 볼 수 있다. 84㎡ 전후는 투룸(방2+거실+화장실+주방), 원룸(방1+화장실+주방) 형태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77㎡에서는 원룸 타입이 3개까지 들어가는 세대분리형 아파트 사례도 있다.
이전에는 신축 주택에만 부분임대형 평면을 넣을 수 있었지만 정부가 지난해 리모델링 단지에 부분임대형 평면을 허용하면서 리모델링 단지에도 얼마든지 부분임대형 가구가 들어설 수 있다. 분리형 공간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다시 합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거주와 동시에 일정 공간을 임대 놓을 수 있는 세대분리형 아파트는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에겐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다. 최근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은퇴계층에게 각광받으며 확산되는 추세다. 3. 복층형·중정형으로 1층 특화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복층형이나 중정(中庭·집 안의 정원)형 평면이 아파트 저층부로 옮겨온 것도 최근 달라진 트렌드다.
복층형은 개별 가구당 2개 층을 이용하는 평면이다. 층고가 높아 개방감이 탁월하고 전용면적이 2배까지 늘어나는 게 장점이다. 중정형은 아파트 1층에 전용 정원이 있는 평면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복층, 중정형 평면을 통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저층 가구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수요자 입장에선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단독주택 장점을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GS건설은 1층 필로티 공간을 활용한 '베이확장형', 내 집 앞 주차가 가능한 '타운하우스형', 가구 내 정원이나 테라스를 강조한 '중정형' 등 3가지 타입의 평면을 개발했다.
1층 가구의 경우 그 아래 지하공간까지 주거용으로 활용하도록 해 주거공간을 획기적으로 넓힌 것이 특징이다. 지하실을 주거공간으로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상층 같은 지하 테라스공간을 확보한 디자인도 등장했다. 수요자가 원한다면 다락방이 있는 복층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류경 GS건설 건축설계팀 차장은 "지난해 동탄센트럴자이에 적용한 테라스형 저층부 가구가 141 대 1의 분양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보다 적극적인 저층부 상품 개발에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저층부 특화 평면은 단독주택과 아파트 장점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일부 층에만 적용되는 데다 여전히 쓰레기 악취나 소음 우려가 크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화된 아파트 평면은 입주자 구미를 당기지만 추후 매매 차익을 기대한다면 자칫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보통 거주해왔던 평면에 익숙해 거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삼성물산은 '동서남북 테라스 하우스'라는 개념의 아파트 디자인을 선보였다. 기존 테라스 아파트가 남향 전면으로만 테라스를 두는 방식이었다면 동서남북 테라스는 정면, 뒷면, 측면으로 각각 개별 테라스를 두고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 아파트 디자인은 이르면 올해 주택 분양부터 적용될 계획이다.
4. 가변형 벽체 활용
최근 아파트 평면의 트렌드 중 하나는 주부들 취향을 고려한 평면이 쏟아진다는 사실이다. 수납공간을 여기저기 집어넣고, 가변형 벽체를 활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식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과장은 "가격은 높지 않으면서도 공간 활용도는 높은 실속형 타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틈새 평형이라도 수납공간을 잘 꾸며놓은 아파트라면 인기 아파트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원본출처: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40414152307102.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