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퍼즐에 빠져 고등학교를 중퇴한 19세 청년이 큐브 빨리 맞추기 세계 최고봉에 올랐다.
7일 서울 면목동 중랑구민회관에서 열린 ‘한국 큐브 연구회배 챔피언십 2007’의 3×3×3큐브 양손과 한손 부문에서 유정민씨가 모두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양손 부문에서는 11.76초 만에 큐빅 퍼즐을 맞춤으로써 핀란드의 안시 반할라가 지난해 세운 13.22초 기록을 1.46초나 단축했다. 뿐만 아니라 3×3×3 큐브 한손 부문에서도 19.34초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3년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보고, 가로 세로 10㎝ 남짓한 이 정육면체에서 새로운 세상을 봤다.
문구점에서 산 3줄짜리 큐브를 손에 쥐었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흐르고 나서야
빨리 맞추기 위해서는 대략 80여 가지의 ‘공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수학 공식은 끔찍이도 외우기 싫어하던 중학생 소년은 밤을 새워 가며 큐빅 공식을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갔다. “공부는 정말 하기 싫었는데 이상하게 큐브만 잡으면 머리가 환해졌다”고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유씨는 어머니에게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이점숙·58)는 “
그렇게 좋으면 한 번 해 봐라. 그 대신 뭐든 하나는 이루겠다고 약속하라”고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1년 동안 방에 틀어박혀 큐브와 씨름했다. 밤낮으로 만지다 보니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큐브가 15개나 망가졌다. 그리고 7일 큐브대회장. 유씨는 신들린 듯 아시아 기록과 세계 기록을 차례로 깼고, 그때마다 100여명이 앉은 방청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유씨는 “큐빅 퍼즐을 푸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규명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유씨가 세운 세계 신기록 2개를 비롯, 아시아 신기록 6개와 한국 신기록 13개가 쏟아졌다. 10분 안에 5×5×5 큐브를 맞추는 최연소 부문에서는 이날로 10세 12일이 된 성수아양이 세계 2위에 올랐다.
[글·사진=선정민기자 sunn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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